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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당근보다 채찍이…”/청와대에 대북강경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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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당근보다 채찍이…”/청와대에 대북강경론 고조

입력
199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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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운운에 어이없는 표정/“카드 다보여준건 실책” 비판도/북­미 대화만 고집 “믿지못할 상대” 각인 김영삼대통령의 대북시각이 좀더 강경해지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확고해졌고 발언의 강도도 강해졌다. 여기에는 두가지 배경이 있다고 보여진다. 우선 최근 북한의 도발적 태도에 대한 맞대응의 측면이다. 또 하나 더 눈여겨 볼 대목은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가 바뀌었음을 김대통령의 언급에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북한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 「당근」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강력한 「채찍」을 휘둘러야 한다고 다시금 확신한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최근 북한 핵문제등 남북문제를 보는 청와대의 분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북한이 판문점 실무접촉을 깨면서 「불바다」운운하는 폭언을 한 후 북한에 대해 계속 분노의 감정을 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시작후 잠깐동안 기자들에게 공개될 때 김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강성발언」이 여과없이 쏟아질것을 우려해 회의전 측근 참모들이 다듬어서 발언할것을 건의했다는것이다.

 김대통령은 22일 김종필대표를 비롯한 민자당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 조찬을 나누며 방일·방중의 배경을 설명한 자리에서도 북한 핵문제등 최근의 사태를 소상히 얘기했다. 여기에 김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김대통령은 이인모노인 송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문민정부에서 이노인을 송환하면 남북관계에 하나의 돌파구가 열릴것으로 전망했었다. 세계가 변화하는 속에 북한만이 변화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것이라고 본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50년전이나 똑같이 약속을 안지키고 있다. 한반도에서 비핵화에 합의한 뒤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는가 하면 상호비방금지에 합의한 뒤 대남비방 방송시간을 오히려 10시간에서 13시간으로 늘렸다』

 김대통령은 또 북한이 『말로는 외국사람은 빼고 동족끼리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우리를 빼놓고 미국사람하고만 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김대통령은 지난주 토요일 사건에 대해서도 『북측이 대화를 깨리라고 예측은 했지만 전쟁이야기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며 『북측은 이날 평양에서부터 준비해온 문서를 읽은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일련의 언급에는 북한은 결코 믿을수 없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북한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대화를 해온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믿어보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문민정부인만큼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던 과거정부보다 북한과의 대화가 더 잘 될것으로 본 면도 다분히 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하는게 현재 청와대 분위기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전쟁은 힘이 있을 때만 막을 수 있고 힘이 있어야 국가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정부의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파행적」이라고 비판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데 대해 곤혹스런 표정이다. 이들은 과거처럼 안기부가 대북문제를 틀어쥐고 있을 때는 잘되든 잘못되든 정책방향이 일사불란하게 나타났지만 문민정부아래서는 여러가지 대북정책방안이 논의되고 그것이 약간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들도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유화적이었고 그러다보니 북에 대해 늘 손에 쥔 카드를 미리 다 보여주는 실책을 저질러 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도 하는 눈치이다. 이런 분위기도 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과 기조가 바뀌는 배경이 되고 있는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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