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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제」 옛명성 찾자/독 기업들 “경영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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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제」 옛명성 찾자/독 기업들 “경영혁신”

입력
199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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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일·미에 밀려 위기감/낭비요인·조직 허점 “대수술”/소비자 기호맞게 「새사고」로 독일기업들이 경영혁명에 나섰다.『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경영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각성이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슈바벤지방의 기계제조업체인 뮬러 바인가르텐사는 일본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자 사장에서부터 말단 조립공까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사장은 결정만 하고 조립공은 조립만 하면 된다」는 기존방식에서의 탈피를 시도했다. 각자의 주변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낭비요인과 조직상의 문제점을 연구해 개선했다. 그 결과 올해에는 일본기업과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세계적인 스포츠카업체인 포르쉐는 아예 일본인 전문가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한다. 포르쉐는 한때 연간매출이 5만대였으나 현재 1만3천대 수준으로 폭락하고 지난 2년동안 적자만 보는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다. 일본인 직원이 하는 일은 간단하다. 생산과정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낭비요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벤델린 비더킹회장(41)은 이와 함께 조직개폐등 파격적인 「경영혁명」을 단행했다. 생산라인에서 규모가 큰 부서 2곳을 없앴다. 간부직도 15%를 감축했다. 아직 재도약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이러한 몸부림 덕에 오는 96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기업들의 경영혁명은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소비자들의 기호에 대응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기 위해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그때 그때 일의 성격에 따라 팀을 짠다. 말단직원도 중요한 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경영층도 사원들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개개인의 창의력을 존중,충분히 반영하고 「함께 생각하자」는 자세를 보인다. 이런 변화는 일본이나 미국기업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기업들이 이처럼 경영혁명에 뛰어든 것은 독일제품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벤츠나 BMW가 고급차시장에서 일제차에 밀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현실이 된지 오래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벤츠는 고급차 1만5천7백대, BMW는 9천7백67대를 팔았다. 반면에 도요타는 동급고급차인 렉서스만 2만3천7백80대를 판 것이다.

 독일 매킨지컨설팅회사의 헤르베르트 헨츠러사장은『메이드 인 저매니를 알아주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수출하면 독일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독일수출의 70%가량은 유럽이 대상이다. 아시아 시장이나 미국시장에서조차 독일제는 흔치 않다. 그래서 독일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과감한 경영개혁작업을 서두르고 있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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