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샘을 발견한 꿀벌은 집으로 돌아와 그 동료 벌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가 발견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춤을 춘다고 한다. 꿀벌의 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꿀샘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울 때 추는 둥근 모양의 춤이 그 하나이며, 꿀샘이 벌집에서 좀 떨어져 있을 때 추는, 낫의 초승달 같은 날 둘을 이어 놓은 모양으로 추는 춤이 다른 하나이고, 꿀샘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중간에 방향을 나타내는 곧은 선이 생기도록 추는 8자형 춤이 또 다른 하나이다.
이것은 처음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가 되어, 거리가 멀수록 목표점에서 크게 벗어나게 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학문분야에서 어떤 문제를 다룰 때 가능한 한 관련 논의를 광범하게 섭렵하고 자신의 생각과 남의 생각을 정확히 밝혀 주석을 다는 일, 그리고 참고 문헌을 성실하게 작성하는 일은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명처럼 여겨야 할 귀중한 덕목의 하나이다. 논문의 전체적인 구상이나 천지개벽의 이론 또는 논의의 치밀한 전개 과정과 비교하면 이것은 아마도 작은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대가의 논문에는 참고문헌이나 주석이 없는 일도 있다.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뜻일것이다. 한국에서 나온 논문은 거의 참고하지 않은 박사논문도 있다. 우리말로 쓰여진것은 하나도 참고할 가치가 없었다는 뜻일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차이다. 더 큰 문제는 남북한의 차이다. 북한 학자의 글에 참고문헌이나 주석이 달리는 일은 오히려 예외적인것이며, 비판의 목적 외에 남한 학자의 업적이 참고되는 일은 없다. 학문의 폐쇄성이다.
1987년 북한의 김영황은 「조선어문」2호에 현대의 「애, 에」등이 15세기에는 이중모음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중세어에서 이중모음이었음을 밝힌것은 이숭녕선생이다. 1949년 일이다. 이것을 단순히 역사의 아이러니일 뿐이라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꿀벌은 이러한 차이를 큰 차이로 볼것이다.<임홍빈(서울대 국문과교수>임홍빈(서울대 국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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