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유리한 고지 유지 예정된 수순”/실무접촉 우왕좌왕… 내부갈등 분석/김정일 유고설·김영주 입김 강화설 주목 북한이 「전쟁불사」발언을 하며 남북대화를 단절시킨데 이어 21일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강행하겠다는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등 일련의 강수를 내놓고 있다.
이같은 북한측의 강경한 조치들은 앞으로 미국등과의 핵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계속 유지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물론 합리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3일 재개된 제4차에서 지난19일의 8차까지 5차례에 걸친 남북실무대표접촉과 지난달 뉴욕에서의 북미실무접촉과정에서북한내부에 지휘계통의 혼선과 강온파간의 의견불일치를 시사해주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남북회담업무에 종사해온 한 당국자는 『북측 단장 박영수가 예전같지 않다』면서 『회담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도 배후에 대해 상당히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협상태도가 일관성이 없고 가변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나 올해들어서의 회담자세는 이같은 선을 넘어 「혼선」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변화가 의도적인 전술차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권력내부에서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이 표면화된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극언한 19일 8차접촉에서 박영수는 이같은 내용의 발언을 미리 준비해간 원고를 통해 읽어내려 갔다. 남북대화사상 전례가 없는 이 발언을 회담전부터 준비해 왔던 것.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6차접촉에서 우리측이 선서울방문을 재차 촉구하자 북측은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해 남측이 먼저 특사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정치적 현실」이 무엇이냐는 우리측의 물음에대해 북측은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5차접촉은 우리측이 강경한 대응을 시작, 쌍방의 감정이 가장 격앙됐던 회담. 북측이 김영삼대통령의 기자회견발언 취소를 거듭 요구한데 대해 우리측은 『문민정권이란 허울뿐이고 군부독재정권과 다를 바없다』고 한 김일성의 신년사를 취소하라고 맞받아쳤다. 박영수단장은 테이블을 치며 고함을 질렀지만 곧이어 스스로 누그러지며 수석대표간 단독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북측의 「성역」을 건드림으로써 대대적인 설전을 각오했던 우리측으로서는 뜻밖의 유화적인 태도였다.
6차접촉에서 북한측은 회담에 들어가자마자 별다른 논쟁도 없이 스스로 『차단봉은 올려졌다』며 요구조건들을 철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에서는 북한의 대남정책 핵심부에서 요구조건 제기를 처음 주장한 세력과 철회를 주장한 세력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이와관련,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김정일의 건강악화설과 ▲김영주의 대남정책관여설이다. 김정일은 지난달28일 허종만조총련부의장을 만난 장면이 지난3일 중앙방송에 보도돼 「유고설」이 불식됐다. 그러나 5초가량 짧게 화면에 나타난 그는 왼쪽 어깨가 처지고 다리를 절며 왼쪽 안면이 경직된 모습으로 정상적인 건강상태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단 건강악화를 가져올만한 이유로는 낙마한 사실만이 확인되고 있다.
김영주의 경우 지난해12월 정치국위원과 부주석으로 정식복권되기 직전 대남사업의 전초기지인 개성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정책결정에 관여하면서 그의 심복이었던 김중린당비서등 대남전략에 관한 보수적인 인맥들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대화를 깬 것은 북미회담취소가 확실시됨에 따라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게 논리적인 해석』이라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북한의 의도,전략을 분석할 뿐아니라 북한권력내부의 변동까지 주목해야만 북한이 펴는 일관성 잃은 정책에 대한 의문의 열쇠가 풀릴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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