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거부권땐 국제고립 우려/묵인하면 대북관계 악영향 걱정 중국을 방문한 호소카와(세천호희)일본총리가 20일 이붕총리와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첫번째로 받은 질문은 북한 핵문제였다. 뒤이어 오건민중국외교부 대변인의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핵문제는 첫번째 질문으로 던져졌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북한 핵문제에 관해 양국지도자들간에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졌느냐하는 점이었으며 또한 중국측의 태도변화여부였다.
호소카와총리는 회담에서 남북한간의 실무접촉이 무산되고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불완전하게 끝나는등 북한핵문제가 심각해져가는 현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중국측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붕총리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만을 강조했다. 북한 핵문제에 관해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음은 중국측의 언론발표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호소카와총리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최선임을 인정했으나 이와동시에 현재의 사태발전에 대해 우려와 관심을 표현했다』라는 발표문을 통해 양자간의 인식차가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북한 핵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부상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중국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중국의 기본입장은 남북한 어디에도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의 핵문제는 북·미, 남북한, 북한과 IAEA간의 「3원대화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경제제재등 압력을 가하는 방식에 반대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대화를 통한 해결방식이 벽에 부딪쳐 제재등 압력수단의 동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서방측 국가들 사이에서 팽배해지는 고비마다 중국은 압력행사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하곤 했다. 안보리 경제제재안이 또다시 거론되는 이 시점에 중국은 또다시 제재 반대라는 입장을 보다 선명하게 밝히고 있다.
외면적으로 중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지만 북한 핵문제는 갈수록 중국에 햄릿식의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안보리의 경제제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북한의 핵의혹과 관련해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를 기권함으로써 경제제재결의안을 묵인할 경우, 지난해 애를 써가며 정상화시킨 북한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어느 경우도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할 중국의 발목을 잡는 난처한 일이다.
중국은 햄릿식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맞지 않도록 하는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제제재안의 안보리상정을 최대한 늦추기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중국의 「위협」을 앞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거듭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물밑에서 압력을 가하는 한편 이 문제를 3원대화방식이 아닌 북한과 미국과의 협상으로 몰고 가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한 양보의 필요성을 은연중 전달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중국에 대해 북한의 식량과 원유의존도가 높은 것은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북한태도를 바꾸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북한 핵문제의 악화가 미중간의 첨예한 현안인 최혜국(MFN)대우 갱신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측에 유리한 입지를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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