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투비에… 부역 전모규명 여부 관심/71년 비밀사면때 개입 현총리 증인소환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했던 프랑스의 친나치 의용대 정보총책 폴 투비에(78)가 전후 50년만에 처음으로 반인도죄의 혐의로 고발당해 법정에 세워졌다. 그로인해 프랑스의 부끄러운 과거는 낱낱이 파헤쳐지게 됐다.
프랑스 베르사유법원은 지난 17일 나치 점령 시기이던 1944년 6월 유태인 7명을 처형한 혐의로 투비에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는데 투비에는 「리옹의 도살자」로 악명 높았던 비밀경찰 클라우스 바르비를 위해 일했던 인물. 그는 이번에 반인도죄로 재판받는 첫번째 프랑스 인이 됐다.
경찰이 법원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삼엄한 경비를 편 가운데 5주간 이어질 이 재판에 프랑스의 눈과 귀가 온통 쏠려있다. 프랑스의 나치 부역이 그동안 알려졌던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악랄했음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날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프랑스 가톨릭과 발라뒤르 총리가 여기에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도움으로 45년간 숨어지내다가 89년 니스의 수도원에서 잡혔다. 92년에 나온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가톨릭 교회는 월급까지 줘가며 그를 안전하게 보호했을뿐 아니라 비밀리에 그의 사면을 추진, 마침내 71년 퐁피두 대통령으로부터 사면령을 받아냈다. 발라뒤르 현 총리는 당시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으로 이 결정에 관여했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돼 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종전 직후 나치 부역자 3만명이 반역죄로 처벌받은 일은 있어도 반인도죄로 재판받기는 투비에가 처음이다. 투비에 재판은 프랑스 역사의 부끄러운 장과 그것을 모른 척 넘겨온 의식들을 까발리는 고통스런 무대가 될것으로 보인다. 일제의 부끄러운 역사가 아직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투비에 재판의 귀추는 매우 흥미롭다.【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