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친구가 많으면 살찌기 십상이다. 만나면 어김없이 식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식사는 만나는 사람의 집보다는 외식을 하는게 보통이다. 독일에선 귀한 손님일수록 집으로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데 한국에선 고급식당으로 모시는게 더 정중한 예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초대받은 사람은 같은 식으로 꼭 은혜를 갚는다. 그러다보니 한국인들은 어느나라 사람들보다 외식을 많이 하게 된다. 독일의 도시에는 중심가에만 식당이 조금 몰려 있을뿐 동네에는 식당 한두개가 고작인데 서울시내에선 식당가와 식당이 들어찬 소위 「먹자 빌딩」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외식문화는 뿌리가 깊은 것이지만 근래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더 번창하게 된 것같다. 미국이나 일본의 음식점 체인업체들이 한국에 들어와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신세대들은 외래문화를 너무 좋아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외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일 세계적인 수준의 안락한 분위기와 친절한 종업원을 지닌 한국음식체인점을 만든다면 햄버거나 피자체인점 못지않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음식에 매료된 나는 한국음식 체인점이 하루빨리 출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사람들의 외식문화는 내용면에서 매우 다양해지고 있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한식을 시키면 항상 반찬이 남고 뷔페식당에서도 음식이 남아있는 접시를 자주 볼 수 있다. 음식을 많이 주문하지 않고 일단 나온 음식은 남김없이 먹는 독일사람들과는 대조적이다. 독일 사람들은 밖에서 양이 차지 않으면 대개 집에 가서 샌드위치로 배를 채운다.
또 술자리에 합석할 때마다 이해할수 없는 게 「안주」이다. 15년이상 한국에 살면서 나는 한번도 안주를 주문한적이 없다.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지 왜 비싼 안주를 먹는지 모르겠다. 어떤 호프집 차림표를 보니 감자튀김을 식사로 주문하면 3천원, 안주로 시키면 1만2천원이었다. 그런데도 안주 감자튀김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먹는데는 돈을 안따지는 우리 한국사람들은 나의 이런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매사에 계산적인 독일인의 혈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적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든 확실한 것은 나름대로 한국의 음식문화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는 점이다.<귀화 독일인·방송인>귀화 독일인·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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