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때 왜군이 약탈해간 국보급 조선불화 수십점이 일본 나고야(명고옥) 일대 사찰에 숨겨져 있다』 나고야 조선사연구회라는 일본 민간단체의 연구결과를 전해듣고 일본에 갈 때에는 과연 진짜 조선불화인지, 국보급인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나고야에 도착, 첫번째 취재장소인 칠사에 들어서자마자 조선불화는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실체로 다가왔다. 문외한인 사람도 그 불화가 일본 것이 아님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4백년전 조선과 왜국의 예술수준 차이를 뚜렷이 알려주는 화려한 색채, 인물들의 의상, 극락과 지옥을 함께 표현하는 양식등은 조선불화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나고야에서 남쪽으로 2백여 떨어진 삼중현의 사찰을 거치면서 의구심은 확신과 놀라움으로 변해갔다.
이 단체의 회장 누키이 마사유키(관정정지)씨등은 『돌아가면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쓸 것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질문취지는 「약탈문화재 반환」식의 기사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현상태에서 반환문제가 대두되면 아직도 일본에 많이 숨겨진 조선문화재의 발굴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조선불화중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는 「당회석가존」을 소장하고 있는 나고야의 흥정사는 올해부터 일반공개할 예정이었다가 익명의 한국인으로부터 『약탈문화재를 반환하라』는 거친 항의를 받고 이제는 취재진에게조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회원들은 『내것, 네것을 따지기 전에 소중한 문화재의 정확한 현황파악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숨겨진 조선불화를 찾아내는 것이 반환운동보다 더 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보급 문화재가 약탈당한채 4백년 이상 홀대받고 있는 사실은 분명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실태파악이 급선무라는 일본인들의 주장을 반박할 논리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만큼 우리는 약탈당한 조선불화를 까맣게 잊은채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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