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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아파트 하자보수 외면에 “분통”(현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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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아파트 하자보수 외면에 “분통”(현장출동)

입력
199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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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누수 등 부실투성이/땜질식… 그나마 늑장일쑤/위층 화장실 하수 흘러내리고 천장엔 구멍/책임놓고 지루한 설전… 내집마련꿈에 먹칠 새 정부의 강력한 부실공사 추방운동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신도시 아파트입주자들은 여전히 부실공사 때문에 시공업체와의 지루한 하자보수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신도시아파트의 부실공사문제는 정부의 지속적 계도와 시공회사의 노력으로 최근들어 건축물 자체가 붕괴되거나 금이 가는등 구조적인 부실공사는 줄었으나 입주자들은 각종 마무리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크고 작은 하자보수공사를 스스로 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이 시공한 중·대형 아파트의 입주자들은 완벽한 상품을 제공하겠다던 업체들이 막상 입주후에는 하자 자체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도시아파트의 부실공사는 벽면누수, 불량도색, 방음처리불량등 불성실한 마무리공사때문에 빚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안동 초원마을 B아파트. 24, 20, 15평등 3개 평형으로평촌의 많은 아파트 중에서도 서민 1천7백여 가구가 92년 10월부터 입주해 사는 임대아파트이다.

 복도식인 아파트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통로의 벽에서 1∼2 간격으로 하얀 줄들이 눈에 띈다. 통로벽의 균열을 접착성 페인트로 덮어둔 것이다. 마치 얼룩말을 보는 느낌이다. 40여에 가까운 복도에는 기온에 따른 콘크리트의 신축을 받쳐줄 이음새가 없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벽은 금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더 심각하다. 균열은 실내도 마찬가지였고 도배, 장판, 싱크대등 군데군데 하자가 널려 있다. 문틀이 맞지 않아 방문이 온전히 닫히지 않는가 하면 문틀과 벽면사이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다. 거실과 안방의 벽과 천장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울퉁불퉁하고 벽지와 장판은 곳곳에서 밀린다. 초배를 하지 않은 때문이다.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는 일부 벽에는 손으로 두드리면 합판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정도차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다는게 주민들의 얘기다.

 서모씨(31·여)는 윗집 화장실의 누수 때문에 욕실사용이 난감하다고 하소연한다. 욕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벽면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은 입주 1년1개월이 지난 93년 11월부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물의 색깔이 파란 색으로 바뀌어 대경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위층의 변기 청정제가 희석된 화장실 하수였던 것이다.

 옥상에 맞닿은 15층 주민 박모씨(39·회사원)는 천장과 벽면을 뒤덮은 곰팡이와 전쟁중이다. 특히 베란다의 경우 곰팡이 때문에 창고와 다용도실 전체를 비워두다시피하고 있다. 지난해 창고에 넣어둔 텐트와 가방등이 썩어버린 탓이다. 시공회사측이 해준 하자보수작업은 곰팡이가 핀 벽면에 스티로폴을 덧댄 정도이다. 박씨는 『스티로폴 안쪽이 어떤 상태인지는 안 봐도 뻔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지난해 드러난 부실공사사례의 압권은 단연 이모씨(40·여) 집의 경우. 자기 집과 위층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설거지를 하다 물벼락을 맞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싱크대위 천장에 배관과 콘크리트가 드러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위로 시멘트부대 한 장을 들추자 바로 윗집 싱크대 밑이었다. 위층의 설거지물이 한 두방울씩 고여 무게를 이기지 못한 벽지가 터져버렸던 것이다.

 이 단지 1층 주민들은 장마철에 빗물을 퍼내느라 밤잠까지 설친 지난해 여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비만 내리면 빗물이 지하하수구로 빠지지 않고 복도로 흘러 넘쳐 턱이 낮은 현관문으로 밀려들어왔다. 홈통배관이 잘못된 사실을 인정한 시공회사가 보수를 하긴 했지만 올해에도 여름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시공업체인 B사는 하자보수신청을 받는대로 성실하게 보수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입주이후 1월말 현재 관할 안양시에 보고된 이 단지의 하자보수 신청건수는 가구당 평균 2.4건인 4천1백53건. B사는 이중 98%인 4천67건을 보수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업체의 보수작업이 주민들의 불만은 따라잡을 수 없다. 시공부터 잘못된 아파트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일반분양아파트는 잘 짓고 임대아파트는 아무렇게나 지어도 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주민들은 평촌에 있는 같은 시공회사의 일반분양아파트와 비교하면 천장, 바닥재등 기본자재와미장공사등 마무리작업에서 차이가 많다고 주장한다. 하자보수작업 자체도 미봉책이라는 불만이 높다. 곰팡이가 나면 그 위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벽지를 새로 발라 덮어 버리는 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평촌 19단지 꿈마을 K아파트에 입주한 1백96가구 주민들도 자신들의 하자보수요구 가운데 거의 전부에 대해 회사측이 하자로 보기 어렵다고 버티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38평형에 입주한 김모씨(35·주부)는 『마루바닥과 벽면등이 눈에 띌 정도로 휘었지만 회사측은 하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벽으로 쥐가 들어오고 부엌과 방에 물이 새나와 장판을 걷어낸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하자보수반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50평형에 입주한 정모씨(42·주부)도 『입주자 대부분이 베란다 섀시의 규격이 안 맞아 뒤틀리는 바람에 보수를 요청한 상태』라며 『그런데도 회사측은 보수를 할만한 하자가 없다고 해 입씨름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특히 회사측이 원래의 계약과 다른 섀시와 장판을 쓰면서도 사전에 입주자들과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혹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에 의하면 섀시의 경우 회사측은 당초 스테인리스를 사용키로 했으나 값이 싼 알루미늄재질을 사용하고도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장판의 경우도 당초 계약서에는 데코타일을 사용키로 했으나 이보다 가격이 싼 큐빅을 깔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한장 한장 붙이는 데코타일은 바닥이 고르지 않을 경우 작업에 지장이 많아 회사측이 큐빅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주자 대부분은 회사측이 보수해 줄 때까지 버틴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개인업자와 보수를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현장사무소측은 『입주후 지금까지 2천8백여건의 하자보수 신청을 받아 2천5백여건을 해결한 상태』라며 『나머지 3백여건은 하자로 보기 어려운게 대부분』이라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무소측은 또 『섀시의 경우 한때 공문이 잘못 전달돼 빚어진 사태이며 장판도 데코타일보다 큐빅이 공법상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회사가 시공, 92년 12월 입주한 분당지역 주민 이모씨(37·회사원·48평형)는 『입주하면서부터 바닥과 벽이 고르지 않아 의심했었는데 지난달 장판과 도배를 새로 하면서 바닥이 울퉁불퉁해 부실공사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며 『회사측이 눈가림식으로 시공하고 주민들의 하자신청을 외면하는데 대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평촌=이재렬·이종수기자】

◎보수전문업/분당입주이후 강남에만 1천여곳 성업

 신도시아파트의 마무리공사에 부실이 많아 전문보수공사업자들만 재미를 보고 있다. 보수전문업자들에 의하면 새로 입주한 아파트는 마무리공사가 제대로 안돼 있기 일쑤여서 대부분 10∼20%는 보수가 필요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91년 분당신도시 입주이후 서울강남지역에만 인테리어, 장식등 실내 보수업체가 두배이상 늘어 현재 1천여 업체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 평촌지역 아파트를 상대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S장식 대표 최모씨(35)는 『고급아파트 주민의 10%정도는 입주하자마자 평당 50만원가량 들여 내부공사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와 별도로 1∼2년 살다 장판등을 교체할 경우 바닥공사의 부실정도가 새롭게 드러나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최씨는『바닥을 고르게 하려면 평당 2만∼3만원이 들지만 섀시나 시공회사와의 옵션인 장판 벽지를 함께 바꾸려면 평당 20만원은 보통』이라며 『마무리공사를 제대로 하면 부담은 반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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