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기자 “목숨바칠 각오없으면 미여권 준비” 가세 19일 판문점 우리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54분간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회담장에서나, 기자들과 수행원들이 머무르는 대기실에서나 시종일관 험악하고 격앙된 분위기가 계속됐다. 북측 박영수단장은 회담도중 『전쟁을 불사하겠다』라며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것』이라고 극언했다.
○…상오10시 양측대표단이 동시에 회담장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뒤 송영대 우리측 수석대표는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주말을 화제로 가벼운 환담을 시작하려 했다. 냉랭한 표정의 북측 박단장은 『한가한 얘기는 필요가 없다』고 일축, 양측은 대좌 3분만에 곧바로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본회담에서 우리측은 준비해간 첫 발언을 통해 『북한측이 과거 회담외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공동보도문발표를 주장하는등 4단계에 걸쳐 특사교환을 가로막는 빗장을 걸었다』면서 요구조건을 철회하고 절차문제토의에 들어갈것을 촉구했다. 북한측은 이에 대해 『우리의 4개요구조건이 정당하다는것을 다시 주장한다』며 『남측이 전쟁의 벌집을 터뜨리는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모든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우리측은 북측대표단이 조평통소속인 점을 겨냥, 반정부투쟁을 선동한 2월25일자 조평통명의의 「문민정부 고발장」을 제시하며 『남측 최고당국자의 발언을 문제삼은데 대해 즉각 취소, 사과하라』고 강하게 대응했다.
○…박단장은 우리측의 말을 가로막으며 『대화에는 대화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불은 불로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면서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될것이다』라고 말해 발언의 한계수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는가. 우리가 가만히 있을것같은가』며 우리측의 어조도 높아졌다. 순간 박단장은 우리측 송대표를 향해 『송선생도 살아남지 못할것이다』라고 내뱉었다.
송대표가 『회담장에 나와서 전쟁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다그치자 북측 박단장은 『그쪽에서 전쟁선언을 한것』이라며 『심사숙고를 해보라』는등 반말을 섞어 말을 계속했다.
○…회담장 밖에서도 북측기자들은 과거 어느 접촉 때보다 신경질적인 태도였다. 한 기자는 『전쟁을 하겠다면 우리도 그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결연한 표정을 취한뒤 『남측기자들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바칠 각오가 없으면 미국여권을 준비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판문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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