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상문비리 답답하다. 어처구니가 없다. 사건이 이렇게 곪아터지도록 교육당국은 뭘했나. 상문고비리사건을 다루면서 이런 상념들에 짓눌려 마음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이 학교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80년대중반부터 유사한 사건이 몇번 되풀이 되었다. 86년에도 이번처럼 학부모들로부터 찬조금을 거둔 일이 있었고, 그후에도 유사한 일로 여러번 말썽이 났다.
그러나 그때마다 관할 교육당국은 형식적인 감사와 미온적인 조치로 얼버무려왔다. 분명한 탈법·위법사례가 드러났는데도 감사 결과는 언제나「주의」「경고」정도였다.
상춘식교장은 85년 자기학교 교사들을 자기 자녀들의 과외교사로「사역」시킨 사실이 적발돼 재단이사장인 부인과 함께 파면조치를 당했으나 얼마 안돼 보란듯이 교장직에 복귀했다. 교육당국의 철저한 보살핌과 비호가 없었다면 어림도 없을 관대한 조치였다.
○당국서 로비방조
이 학교 재단관계자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주었다고 밝힌 민주당 이철의원은 89년 국정감사때 상문고비리를 따지기 위해 교육부에 자료를 요청했다가 낭패를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문교부와 서울시교위는『해당학교가 직접 자료를 제출케 하겠다』면서 학교관계자를 보냈다. 적당히 입막음을 하라는 당국의「종용」에 따라 학교측은 몇몇 국회의원과 함께 저녁자리를 마련, 돈봉투를 내밀어 돌려주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된 일부교사들의 진정에도 당국은 미적거리기만 하다가 언론매체들이 문제를 삼자 마지못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다운 감사활동을 하지않고 있었다. 수사당국도 사립학교의 찬조금징수는 처벌할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뒷짐을 지고 있다가 김영삼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한밤중에 수사착수를 서둘렀다.
책임있는 교육당국이 상문고에 대해 그토록 관대했던 것은 상교장의 평소언행에서도 간파된다. 그는 평소 서울시교육청 수위부터 교육부 고위관리까지 상문을 함부로 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큰소리쳐왔다고 한다.
90년7월 어느날 비상 교직원조회때의 상교장발언 녹음 테이프에는 이런 말이 들어있다.『대한민국 1번지학교인 상문에 문제가 생기면 서울시교육감과 그 이상도 큰일난다』『임시국회도 맨날 짖는다. ×개가 달보고 짖는데 뭐라고 하겠나. 다 내가 좋은데 있는 죄다』
공식석상에서 교육당국을 이토록 깔보고 국회까지도 능멸하는 이런 발언을 주저하지않은 그의「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힘있는 지위에 있는 학부모들이다. 실제로 상교장은 유력학부모들의「힘」을 재단수익사업과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챙기기에 동원한 사례가 많다.
○교육비리 곳곳에
더욱 답답한 것은 우리교육계의 비리가 상문 한 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이를 감싸는 세력이 교육당국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야당의원은 12대 국회시절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비리를 따질때 선배의원들이 『좀 살살 다루라』고 요구했고, 당내 거물의원들조차도 같은 말을 했다고 개탄했다. 이름없는 시골학교의 일을 가지고 연고도 없는 야당의원들이 그토록 간섭했다면 로비의 영향이 아니라고 단언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교육계가 썩은 것은 교육자 개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다. 그것을 감싸고 덮어준 모든 사람의 책임도 크다. 교육비리를 개탄하는 사람일수록 나는 정말 책임이 없는지 되짚어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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