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공로명주일대사가 고민에 빠져있다. 작년 호소카와(세천호희)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가 종군위안부문제나 창씨개명등 일본의 식민지시대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사죄하는등 우리국민들의 입장에서 볼때 뭔가 성과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러한 가시적인 열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대사는 『김대통령의 일본방문에는 신문제목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문제목을 멋있게 장식할 사안이 없는것이 대사로서의 고민』이라고 실토했다. 양국의 외교현안이었던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로 상호간의 적대감정이 사라진 현시점에서 김대통령의 방일은 양국우호증진에 목적이 있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외유선물로 국민들이 인식하겠느냐는것이 공대사의 우려인것같았다.
그의 고민은 한마디로 과거 우리나라의 정상외교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추구한 한건주의로 일관해왔다는 점에서 이해가 됐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타국과의 외교현안이 있으면 실무자들이 사전에 조정을 다한 후 대통령이 그 나라를 방문하여 해결했다는 형식을 취해왔다. 이것은 외교관들의 해바라기 근성과 국민들에게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려는 통치자의 권위주의가 합작한 저급외교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한일정상회담을 준비한바 있는 한 외교관은 지난해 어느 모임에서 『정상회담에서 큰 작품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무리를 하게되고 그 무리수가 나중에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더라』고 밝힌적이 있었다. 분위기가 익으면 저절로 해결될것을 억지로 앞당기려 하다보니 이쪽의 이미지만 나빠지고 결국은 득보다는 손해가 많았다는 얘기였다.
우리나라가 국제화 세계화를 추구하는 마당에 이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한건주의라는 촌스런 외교에서 탈피, 김대통령이 솔선하여 조용하고 내실있는 정상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당장의 소리보다는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밑거름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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