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기 전공서적 20권 리포트 필수/“인재들의 돔” 「7번건물」은 MIT의 상징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모여드는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상징처럼 돼버린 돔형식의 중앙 건물을 학생들은 보통「7번 건물」이라고 부른다. 이 7번 건물과 역시 돔 형식으로 지어진 중앙공학도서관을 연결하는 복도는 언제부터인가「끝없는 회랑」이라고 불리고 있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면서 MIT에 입학한 학생들도 강의실과 실험실, 그리고 도서관을 오가는 무한경쟁의 학문세계에 내던져지면 이「끝없는 회랑」이 바로 자신들의 학창생활을 비유한 것임을 깨닫게 마련이다.
○주4·4·4 수업
미국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학구열과는 관계없이 고등학교시절보다 2∼3배의 시간을 책과 씨름해야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시간을 산출한뒤 이 시간을 약간 웃돌게 과제를 내줄만큼 철저하게 학생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하버드대학은 각 과목마다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해야할 시간까지도 교과목에 명시하고 있다. 보통 12유니트(미국의 학점기준단위)가 한 교과목이 되는데 교과목앞에 4―4―4의 숫자가 붙어있으면 일주일에 4시간은 강의시간, 또 4시간은 실험시간, 나머지 4시간은 숙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임을 나타낸다.
미국대학의 학부과정에서는 한 학기에 평균적으로 4개의 강의과목을 수강하게 되는데 한개 강의당 보통 4∼5개의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또 교수가 추천하는 책을 적어도 5권이상 읽어야 한개의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한 강의당 20권이상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MIT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샘프슨 마이클군(24)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것이 마치 기적처럼 느껴진다』며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마이클군과 같은 학생들이『적당히 놀고 지내기를 원했다면 대학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엄청난 공부부담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혹독한 훈련과 경쟁을 거쳐서 미국의 대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습관처럼 몸에 익히게 되고 상아탑에 남든 사회로 진출하든「초일류의 전문가 정신」으로 무장하게 된다.
○20층 자살빌딩
물론 미국의 대학에 모두 이렇게 바람직한 학생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대학에 따라서는 처음부터「공부하는 학생」을 기대하지 않는 곳도 있고 단순히 간판을 따기 위해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도 적지 않다. 또 경쟁에 뒤처지면서 중도 탈락하는 학생도 부지기수고 학교에서는 성적이 미진한 학생들을 가차없이 제적시키거나 전과시켜 버린다. 그러나 역시 미국을 움직이고 세계를 주름잡는「경쟁력의 화신」들은 바로 이들 「공부하는 대학생」들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 이렇게 앞서가는 미국의 대학생들은 한국인 유학생들에 대해서『시험은 잘 보지만 새로운 문제에 도전해 스스로 해결해 가는 독창성은 부족한 것 같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MIT의 학생들은 교내에서 제일 높은 20층짜리「그린 빌딩」을「자살 빌딩」이라고 부른다. 89년 A학점으로 일관해온 MIT의 한 대학원생이 성적이 다소 떨어진 것을 비관해 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뒤 붙여진 이름이다. 자살빌딩은 미국의「일류대학」학생들이 겪는 혹독한 경쟁과 이에 따른 갈등과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MIT를 포함,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등 미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학생들은 입학과 함께 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게 된 것일 뿐이다.【보스턴=고태성기자】
◎컴퓨터정보 사서함… 선진학문·지역사회 발전에 견인차/미도시 2마일마다 공공 도서관
1천3백만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세계최대의 하버드대 도서관에서부터 미국도시 전역에 2마일(3.2)간격마다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은 미국의 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최고도서관인 하버드대 도서관이 미국독립전인 1638년 성직자 존 하버드가 기증한 4백권의 책으로 세워진후 하버드대의 모체가 된 것처럼 그들에게 도서관은 곧 대학을 의미한다.
소장 자료의 50∼60%이상이 마이크로필름 자료로 영구보존돼있고 첨단컴퓨터 통신망을 이용, 서부의 지방대학 연구실에서 2천5백마일 떨어진 동부 하버드대 도서관의 자료를 그 자리서 찾아볼 수 있는 대학도서관시스템은 미국의 선진 학문을 떠받치고있다.
하버드대 한국담당사서 윤중남씨(52)는 『하버드대내 1백3개 도서관중 아시아관련 도서관인 옌칭도서관에만 한국에서 간행되는 5백여가지의 간행물과 한국의 일간신문 10여가지가 창간호부터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돼있을 만큼 하버드대도서관 자료의 방대함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컴퓨터통신망, CD롬, 마이크로필름등을 이용한 과학적 자료축적과 함께 교수와 학생들이 원하는 자료를 타지역 타대학의 자료까지 검색해 찾아주는 전문사서제도는 미국 대학도서관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도서관이 미국 학문공동체의 근간이라면, 시립 공공도서관은「미국사회의 신경조직」으로 일컬어도 무방하다.
도시지역 2마일마다 설치, 운영되고있는 공공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가정학습장이 되고있으며, 성인들에게는 구직이나 여가정보는 물론 지진등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응급정보등 폭넓은 정보를 동시에 공급하고있다.
LA시 피오피코 공공도서관관장 노재민씨(63)는 『도서관에서는 정보제공뿐 아니라 각종 지역사회 봉사프로그램을 마련,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말했다. 주부들은 공공도서관의 이야기프로그램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으며 자녀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는 초·중고 학생들은 도서관이 없이는 숙제를 제대로 해가기 힘들며, 특히 청소년담당사서는 방과후 학교교사를 대신한다. 물론 사서들은 청소년들에게 책을 고르는 것부터 독후감을 쓰고, 청소년들끼리 독서클럽을 만들어 독서에 재미를 붙이도록 도와주고 있다.
성인담당사서는 성인들에게 독서안내나 여가선용에 필요한 정보를 공급해주는 것에서부터 공무원시험, 노후교육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행도중 길을 잃은 타지방사람들은 으레 도서관을 찾고 사서들은 지도를 펼쳐들고 길을 안내해준다. 최근 LA에 지진이 났을 때에도 LA 시립중앙도서관은 병원과 은행의 긴급이용방법, 보험처리문제, 학교휴교현황, 애완동물조치방법등을 정리해 각 시립도서관에 배포, 지진피해자들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LA=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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