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임용 통과 “적자생존의 정글”/명문대교수 “무월급”… 학교밖 지원금 따와야 미국의 교수들은 1인 기업체로 비유된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나 기업체,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은 우수한 연구와 강의를 제공하는 교수를 선택하는데 민감한 고객이다. 따라서 연구경쟁에서 처진 교수는 도태되며 그 학과,그 대학은 문을 닫기 십상이다.
○학생은 피고용인
MIT는 1천개의 작은 회사로 구성된 커다란 회사조합과 같다. 교수 1천명이 각자 뛰어 학교밖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아 오고 그 연구비로 사실상 학교가 운영된다.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1백% 장학생인데 장학금은 바로 교수들이 따 온 연구비중 일부이다.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교수의 제자이자 「피고용인」인 셈이다.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연구계획과 지급할 연구참여비도 공시해야 한다. 통상 5∼6명의 석·박사과정학생들에게 1인당 월 1천2백∼1천3백달러를 지급한다.
교수들이 받아 온 연구비중 58%(오버헤드)는 의무적으로 학교에 내야하며 총장의 월급과 학교내 건물유지비등 운영비로 쓰인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샐러리맨처럼 월급으로 받는 교수는 없다.
MIT대와 같은 명문대의 교수는 2류대학의 교수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연구비를 들이밀며 새로운 연구공간을 배당해달라는 신청이 쇄도하기 때문에 연구비를 따오지 못하는 교수는 연구실조차 배당받지 못하거나 다른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실에 고용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돈없는 학과 폐쇄
연구비가 부족한 학과는 폐쇄된다. 5년전 MIT에서 연구비 지원이 없었던 영양학과가 폐쇄됐다. 명문대가 집중돼 있는 보스턴에서는 2류대학으로 분류되는 텁스대의 식품영양학과가 그 대학의 대표적인 학과로 꼽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학교의 명성보다 교수의 연구계획을 엄정하게 심사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미국의 연구비지원 풍토때문이다. 1∼3개 대학의 교수들이 학교의 명성을 업고 모든 학과의 연구비를 독식하는 우리 풍토와는 크게 다르다.
MIT의 1년 예산은 약 12억달러. 이중 7억달러가 연구비용으로 쓰인다. 이중 절반인 3억5천만달러는 교수들이 직접 뛰어서 밖으로부터 따 온 연구비이며 나머지 반은 국방부가 지원한 연구비이다.
교수들이 학교밖으로부터 얻어 온 연구비 3억5천만달러는 학부학생들이 낸 등록금 약 1억1천5백만달러의 2배이상되는 액수다.
○20∼30% 도중하차
교수들의 연구성과는 교수임용후 7∼8년후에 치러야 하는 종신교수자격 심사에 반영된다. 교수들은 학내논문심사위원회에 논문을 제출, 통과해야 하며 대외 학술활동 성과와 학생들에 대한 강의성적도 심사내용에 포함된다. MIT대의 경우 5명중 1∼2명꼴로 종신교수심사에서 탈락하며 텁스대의 경우도 70∼80%만이 심사를 통과한다. 탈락한 교수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종신교수직도 「직업」을 보장해 주는것을 의미할 뿐이다. 종신교수직을 얻은 교수들도 기업체간부로 스카우트돼 가거나 자신의 회사를 설립,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주립대는 교수의 월급이 개인별로 큰 차이가 없으나 사립대의 경우 연구와 강의성적에 따라 교수의 월급은 크게는 2배까지 차이가 난다.
미국의 대학은 교수들에게 냉엄한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글과 같으며 이는 곧 미국의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보스턴=유승호기자】
◎학기말 대학생들 시행/미 교수 평가제/강의내용·연구지도 활동 등 책자 발간/대학당국선 월급·승진 반영
『이 설문지 내용은 여러분의 학과성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교수들은 여러분의 학과성적을 매기기 전에 이 설문지를 볼 수 없습니다』
미동부보스턴의 텁스대가 학기말 학생들에게 일괄 배포한 「강의평가 설문지」의 유의사항이다. 텁스대는 학과별 강의평가를 실시해오다 3년전부터 학교전체의 일괄적인 평가설문서를 만들어 학생들로부터 무기명설문을 받고 있다. 학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교수들은 들어오지 않고 조교들이 평가서를 돌립니다. 잔인한 평가들이 많이 나옵니다. 평가내용이 교수들의 보수·승진등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평가가 너무 좋지 않은 교수는 문제가 됩니다』
로버트 거틴 텁스대문리대학원학장은 지난해에도 평가가 좋지 않은 교수 1명이 학교를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명문대에서조차 『학생들이 감히 스승을 평가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는 교수들의 반대에 부딪쳐 강의평가제 도입이 무산되고 일부 대학에서는 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에선 학생들의 교수강의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명문사립 MIT대에서는 학기말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내용과 시험문제·연구지도활동에 대해 평가하며 평가내용은 종합정리돼 책으로 발간된다.이 책은 각 학과사무실에 배포돼 다음학기 학생들이 평가서를 바탕으로 수강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미국 대학들은 OMR카드를 이용 ▲강의내용이 분명하게 전달되는지 ▲교수의 강의에 대한 열정 ▲반대의견에 대한 수용정도 ▲강의준비량 ▲학생들의 이해정도에 대한 교수의 관심 ▲강의주제에 적합한 자료의 제시등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1∼5까지의 수치로 평가토록 하고 이를 컴퓨터로 집계한다. 따라서 교수들의 강의에 대한 열정과 준비정도등에 대한 개인별 총점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우수한 과목을 개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주요과목에는 교수들이 3∼4명씩 참여하기도하고 학생들의 학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주일에 1시간정도 학생들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는 시간을 과외로 제공하기도 한다. 강의성적이 월급과 진급에 반영되는 미국의 교수들에게 강의는 연구와 다름없는 중요한 학문활동이 되고있다.【보스턴=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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