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공화견제 부총장과 업무분담 당규개정/주요 당무 전담권… 사실상 「제제부총장」승격 민자당이 지난 16일 당무회의를 열어 통과시킨 당규개정안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개정작업이 진행되는동안 말도 많았고 계파간 이해에 따른 밀고 당김도 있어 몇차례 내용이 바뀌는 곡절을겪었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는 몰라도 이번의 당규개정은 「힘없는 다수보다 힘있는 소수」라는 민자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개정의 하이라이트는 현정부출범 이후 민주계가 계속 맡아온 기획조정실장의 위상과 업무관장이다. 문정수사무총장등 민주계는 당초 「사무총장→사무부총장→기조실장」으로 지휘계통을 단선화하고 기조실장이 사무처조직을 모두 관장하도록 안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민정·공화계인사가 맡을게 뻔한 사무부총장은 허수아비가 돼버리고 당운영은 사무총장과 기조실장으로 이어지는 민주계가 장악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김종필대표가 「말없는 다수의 총대」를 메고나섰다. 오늘날의 정당형태를 일찍이 조직해본 경험이 있는 그가 『당의 기획기능과 집행기능은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 바람에 지난 15일 저녁에 있은 마지막 조율과정에서 사무총장 아래에 사무부총장과 기조실장을 병렬로 놓고 기조실장은 기획조정국과 총무국을, 사무부총장은 나머지 부서를 관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언뜻 보면 당초 안보다 기조실장의 업무관장을 줄여놓은 것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반대인 것을 알수 있다. 우선 기조실장의 위상이 종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개정전의 당규에도 기조실장은 사무부총장을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의 직접지휘를 받게 돼있었지만 그 위상에 관한 규정은 없었고 조직계통상으로 보면 분명히 부총장보다는 한단계 아래였다. 기획조정실은 사무처에 있는 조직국 선전국등 10개 실·국의 하나였으므로 기조실장은 굳이 따지자면 사무처의 「선임국장」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기조실장을 사무부총장과 같은 위치에 둠으로써 말만 기조실장이지 실제로는 「사무부총장」격이 됐다.
여기에다 기조실장이 새로 맡게 된 업무를 들여다보면 힘의 중심이 사무부총장에서 기조실장으로 옮겨진 것도 알수 있다. 「사무총장의 명을 받아 당무를 종합·조정한다」는 포괄규정 이외에도 기조실장은 주요 당무계획의 운영, 전당대회및 주요 당직자회의에 관한 사항, 주요 정치현안등 당운영의 기본이 되는 일을 새로운 업무로 부여받은 것이다. 김대표가 이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였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기조실장은 명실상부한 「사무1부총장」이 됐고 사무부총장은 「사무2부총장」으로 떨어졌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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