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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 육성하려면…/박명진(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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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 육성하려면…/박명진(한국논단)

입력
199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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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우리나라 영상산업계에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고무적인 소식들이 들린다. 지난달에는 공보처장관이 방송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송프로그램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밝혔다. 그 계획은 「방송프로그램 제작단지」의 조성을 비롯해서 프로그램산업에 각종 세제 금융 행정상의 혜택을 주기 위한 방안, 독립제작사의 적극적인 육성과 아울러 프로그램의 수출을 위한 대외판촉활동의 지원까지 포함하고 있다. 단순한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부가 상공자원부와 공조해서 일반영화와 만화영화, 게임을 포함하는 영상산업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21세기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제조업 수준의 금융·세제지원을 할 수 있도록 영상진흥법을 만들고 발전전략을 강구하기 위한 민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영화나 방송을 문화예술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파악하고 그 발전을 위해서 상공부와 공조해서 산업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10여년 가까이 되나 정부는 그간 무반응으로 세월만 흘려 보냈다. UR를 계기로 외국 영상프로그램산업들이 시장개방을 요구해 오는 상황에서야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늦기는 했으나 그나마도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상프로그램산업의 육성·진흥전략에서 큰 맹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매체간의 연계성이나 계획의 효율성이 고려되지 않은채 매체별로 따로 따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개 방송사의 발전방안이기는 해도 최근 MBC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가 훨씬 더 진취적으로 보인다. 방송프로그램, 극장영화, CATV, 비디오등 영상매체 전반을 치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산업에 진출하자는 것이 이 안의 골자이다.

 물론 방송과 영화는 서로 다른 매체여서 각기 다른 처방을 필요로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며 기술과 인적 자원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시장도 엄격히 영화시장, 방송시장을 구분하기 힘들다. 두 매체간의 심미적인 차이라는 것도 기술발전의 결과로 차차 그 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화를 앞두고 있는 HDTV에 이르면 두 매체간의 기술적인 통합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제작단계에서도 극장용 극영화와 방송용 프로그램이 비록 그 유형은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산업구조속에서 훨씬 더 효율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경쟁력있는 선진적인 제작환경을 갖춘 나라일수록 통합되어 있거나 통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계의 영상프로그램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할리우드기업들은 영화산업의 위기를 TV프로그램 제작을 겸하면서 극복했고 오늘날은 영화, TV, 비디오, CATV를 망라하는 미디어복합기업의 형태로 군림하면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에 도전장을 내고 유럽국가간의 공동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통합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87년에 마련되어 집행중인 MEDIA계획이나 89년에 결성된 시청각유레카(EUREKA)등 서유럽국가의 공동정책기구 역시 영상 프로그램산업의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서로 공유부분이 많은데다 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 자금·인력·교육기구·행정등의 문제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결과이다.

 기반시설의 마련이나 미래형 기술개발에 있어서 소요되는 자본의 규모가 엄청나고 이것은 한 매체의 가용자금으로써는 이루기 어렵다. 물적·인적 자원도 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제시장을 겨냥한 야심적인 발전계획을 세우면서 당연히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매체들을 분리시켜 법과 제도적 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은 그 효과가 의문시되는 일이다.

 모든 영상매체산업의 획기적인 진흥을 위해서는 매체간의 상호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상조체제를 엮어내는 방안에서부터 기반시설, 급변하는 기술, 전문화된 고급인력,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조망하는 마스터플랜이 먼저 마련된 연후에 부문별 전략이 짜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보·문화·상공자원부 3부처간의 긴밀한 공조체제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의 야심찬 계획들이 돈과 노력은 쓸대로 쓰면서도 매체별로 구멍가게식의 번영을 이루는데 그치고 21세기의 국제경쟁력을 운위하기는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서울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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