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소위 「신흥명문고」라는 상문고비리가 전국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다. 개교한지 21년된 일개 사립고교의 학사부정이 이처럼 엄청난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건 크게 봐서 교육계 전체의 비극이자 우리 사회의 불운이라할만 하다. 이처럼 민감한 「입시알레르기」에서 과연 우리 교육계가 언제라야 벗어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초연할 수 있을 것인지 안타까운 생각이 앞선다.
정확한 부정진상이야 교육청의 감사나 검찰수사가 끝나야 밝혀지겠지만, 지금껏 1∼2차 교사양심선언등을 통해 드러난 비리유형은 너무나 원초적이라 할만한 것이어서 누구나 창피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지난 86년부터 학급당 2백만∼5백만원씩 16억원의 찬조금을 무리하게 거둬왔고, 내신성적마저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인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그처럼 부당한 학교처사에 대해 불평·불만이 팽배했을게 분명한데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감사당국조차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온 이유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학교측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에서 학원경영으로 치부한 끝에 학교를 세운 것까지는 무방하다 하더라도 그 학교마저 여전히 입시학원식으로 경영하면서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올 수 있었다는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행태가 학교내부 일만으로 끝나지 않고 고교내신에 바탕한 대학입시제도의 공신력을 근원적으로 뒤흔들기에 이른 사실 때문이다.
이미 고교내신성적은 대입성적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그래서 내신성적의 엄정한 관리야말로 대입제도의 근본이나 다름없을 정도에 이른지 오래인 것이다.
결국 학교·학부모·감사당국이 그동안 마냥 입을 다물어 방조해온 것과 다름없는 이번 삼위일체의 부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수준을 다시한번 드러내는 것만 같아 누구나 얼굴이 뜨겁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나친 국민적 교육열과 진학수요팽창을 사학과 학부모 호주머니에 떠넘겨 의존해 왔을 뿐 아니라 지원과 감독마저 소홀했던 국가적 책임이 가장 크다 하겠다. 이런 게 어디 교육계 뿐일 것인가. 부동산투기를 은근히 조장하면서까지 당국이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벌였던 것도 마찬가지 경우였던 것이다.
이제 눈물마저 흘리며 그 동안의 부정과 비리를 양심선언한 교사들의 뜻을 살리는 길은 엄격한 진상조사 및 문책과 함께 우리 사회가 국민의식수준에 걸맞은 교육적 양심과 양식을 회복해 나가는 것이다. 때마침 총리도 입시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내신비리의 철저규명을 지시했다고 한다. 당장엔 이런 지시도 필요하겠지만 지금껏 그런 지시를 외면해온 풍토가 진짜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기강만 잡을게 아니라 지원태세와 제도도 아울러 고쳐나갈 책임마저 절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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