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회원국 비중약화로 위기감/멕시코·한국 등 가입 확대 노력 선진 24개국 경제협력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위상 강화를 꾀하고 있다. 부자나라들간의 사교클럽 정도에 머물던 이 기구는 이제 세계 경제를 관리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고 있다. 새롭게 선진 문턱에 다가서고 있는 나라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조직을 강화함으로써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포럼 또는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이 기구는 지난 1961년 파리에 본부를 두고 출범한 이래 줄곧 정체성 위기를 겪어왔다. 부자들이 모인 만큼 그에 걸맞게 좀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기구 안팎에서 계속 제기됐지만 OECD는 세계경제 무대에서 주로 조언자에 그친 편이다. OECD는 그동안 연간 예산(2조4백억원 규모)의 75%를 1천9백여명 직원의 인건비로 쓰면서 주로 세계경제 전망이나 정책분석 보고서를 내는 일을 해왔다.
그러던 OECD가 역할 변화를 모색하게 된것은 최근 들어 각국 경제가 지구촌수준에서 서로 깊숙이 통합되고 아주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7년 넘도록 난항을 거듭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을 지난해 말 성공으로 이끈 존 서덜랜드 가트(관세무역일반협정)사무총장을 들며 『OECD에 필요한 건 바로 서덜랜드 같은 인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OECD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줄고 있는데서 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을 비롯한 OECD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은 1950년 전세계의 66.1%에서 1973년 63.0%, 1990년 54.4%로 40년새 12% 가까이 떨어진 반면 아시아권이 상대적으로 성장했다. OECD는 여전히 부자이지만 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OECD는 세계 경제의 이같은 흐름을 감안, 성장 속도가 빠른 동아시아와 남미의 개발도상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동 중인 동구권의 잠재력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성장세를 타고 있는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회원가입 권고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멕시코는 올해, 한국은 2년 안으로 이 클럽에 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올해안에 가입신청을 하기로 지난 15일 결정했다.4년전까지만 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던 중·동구 관련 사업 예산이 10% 늘었고 공업 기반이 탄탄한 폴란드 헝가리 체코의 신규가입 협상이 곧 본격화될 전망이다.
OECD가 강화될 조짐이 보이자 회원국들은 오는 9월로 임기(5년)가 끝나는 사무총장 자리를 다투고 있다. 장 클로드 파예 현 사무총장이 모국 프랑스로부터 연임 지원을 받고 있고 미국은 그동안 유럽이 독차지해온 이 자리를 미주대륙으로 옮겨올 계산으로 캐나다 현 집권 자유당 총재 도널드 존스턴을 밀고 있으며 영국도 전 재무장관 나이젤 로슨을 내세워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파예 현 총장이나 로슨전영재무장관은 강력한 OECD를 주장하고 있어 이들이 사무총장이 될 경우 OECD에 새 바람이 일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OECD가 선진 7개국(G7)을 긴밀히 지원하고 동구의 개혁을 돕는데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OECD의 위상 변화에는 회원국들간 이해다툼이 걸려있어 그 방향이 쉽게 합의되긴 어렵겠지만 이같은 권고는 대체로 타당한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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