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기회 핵문제 당사자 독자주도” 지적도 남북간 특사교환을 위한 제7차 실무접촉이 또다시 무위로 끝나자 정부내에서는 대북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그동안의 남북접촉을 지켜볼때 한미간에 모종의 견해차이가 있거나 미국이 우리에게「말못할 사정」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부 제기될 조짐이다.
대북강경론의 출발은 최근에 개최된 3차례의 연쇄접촉에서 북한의 대응방식이 종전보다 한층 더 배타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분석때문이다. 북한은 첫 접촉에서 김영삼대통령의 발언취소를 요구했고 두번째 접촉에서는 실무협의는 그만두고「포괄적인 특사교환 합의문」만을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또 16일의 접촉에서는 이영덕통일원장관의 신축적 대응방안을 꼬투리잡아 회담진전을 원천봉쇄하고 나온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대응은『핵문제와 관련된 협의는 미국이면 족하고 한국과의 대화는 최대한 차단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오히려 강화한 대목으로 판단되고있다.
따라서 현재 유보상태로 돼있는 팀스피리트훈련을 곧장 실시하고 북·미3단계회담의 무기연기는 물론 북한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정부의 국제공조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나아가서 미국과 유엔등을 지렛대로 대응해 오던 한반도의 핵문제를 이번 기회에「이해당사자로서의 독자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오는 배경에 대해 『지난달 25일 미국과 북한간에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모종의 「이면합의」가 있었던게 아니냐』면서 한미관계 재점검론까지 거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남북―한미―북미간의 줄다리기를 지켜볼 때 『미국이 한국에 대해 혹시「북한카드」를 역으로 사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다는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과의 합의를 도출하면서 『북미3단계회담이전에 남북특사교환이 먼저 성사돼야 한다』는 우리정부의 「강력한 당부」를 소홀히 했다. 미국은 당시 국제적 여론이 북한에 지극히 불리해 북한이 핵사찰합의를 먼저 요구해오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않았다는것이다. 물론 미국측은 우리정부에 『북한에 실무접촉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특사교환이 이뤄져야함을 강조했고 북한도 이를 수락했다』고 구두로 알려왔었다.즉 이면합의를 했었다는것이다.
당시의 이러한 불확실성이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현재 남북간에는 이러한 북미합의의 해석을 싸고 실무접촉이 거듭 공전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미국측의 「성실한 설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선특사교환」이라는 한국을 의식한 이면합의가 있었던것처럼 북한을 의식한 모종의 이면합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것이 정부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미관계 재점검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