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총본산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규약에서 최고수장을 총재(COMMISSIONER)로 호칭하고 있다. 「총재」라는 직명은 해당분야에 관한한 무소불위의 독재권을 행사한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KBO총재는 프로야구를 총괄하는데 이름만큼이나 권한과 권위가 필요하다. 그런 KBO총재자리가 9개월째 공석중이다가 16일 마침내 국방장관출신 권녕해총재를 맞게 되었다. 신임총재가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상훈전임총재의 중도하차후 신정부는 과거 KBO총재를 임명해왔던 관행에서 탈피, 문민시대의 첫 총재선출은 KBO규약대로 구단주회의의 자율결정에 맡긴다고 거푸 확인해왔다. 그만큼 새총재선출에 대한 야구인들의 바람과 기대도 컸다.
곧이어 프로야구 실무책임자격인 사장단이 모여앉아 새 총재의 후보추천요건을 마련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산모격인 구단주회의는 최소한 외견상 진통 한번 없이 태연자약했고 옥동자를 기다리는 야구인들만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서 수차례에 걸친 가상임신과 유산사태(오명총재취임 27일만의 입각)마저 빚어졌다. 총재궐석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운위되었던 자율심의원칙이나 총재후보의 자격기준등은 실종되었다. 마침내 구단주들이 새 총재를 잊지않고 뽑아준(?)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야구인들은 갖게 되었다.
총재의 장기공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프로야구는 연인원 4백44만명의 관중을 동원, 최대성시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적성장에 자만한 나머지 총재없는 프로야구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출범 13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지금 보이지않는 위기를 맞고있다. 전용구장 확보를 포함한 야구팬들의 관전환경조성, 선수들의 경기력향상과 노후복지, 구단 운영적자 해소문제등 어느것 하나 출범 당시보다 개선된것이 없다. 변화없는 프로야구를 관중이 계속 사랑하리라는 계산은 오산이다.
1백년 역사의 미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최근 쇠락하고 있고, 출범 반세기의 일본프로야구가 프로축구(J리그)에 밀리고 있다. 이런 징후는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겨울 농구대잔치가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올6월 월드컵축구와 맞물린 프로축구가 화려한 개막전을 시발로 프로야구 독주체제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KBO는 환골되어야하고, 야구인의 폭넓은 참여가 요망된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임 권녕해총재의 「총재」다운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한다.<체육부장>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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