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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직거래시장/제구실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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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직거래시장/제구실 못한다

입력
199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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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획사 개입 고액자릿세등 요구/농협보다 비싸고 일반상인까지 가세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 양측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는 농수산물 직거래시장의 물건값이 일반시장보다 비싼 곳이 늘고 있다. 품목에 따라서는 배나 비싼것도 있다.

 알뜰주부고객이 몰려들자 행사기획 전문업체들이 뛰어들어 이벤트사업 형태로 직거래시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 이후 농어촌살리기 명분이 더해져 최근 직거래시장이 크게 늘자 일반상인들까지 끼여들어 직거래시장의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다. 

 행사기획 전문업체들이 개설하는 장터에서는 값비싼 자릿세를 내야하고 목이 좋은 점포를 얻으려면 프리미엄까지 줘야 한다. 참여 농어민들은 높은 참가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주최측이 가설점포 대여수입을 올리려고 생산자가 아닌 일반 상인들까지 장터로 끌어들여 소비자를 속이는 사례도 있다.

 2월말부터 10여일간 서울 강남지역에서 열린 모 장터시장의 경우 1백여 입주점포들이 행사기획업체에 낸 점포사용료는 3㎡당 70만∼1백만원선. 기획업체는 당초 점포사용료를 25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참여점포 모집을 용역업체에 맡기면서 크게 인상됐다. 

 주최측이 장소를 빌려준 공공시설에 낸 사용료는 15일간 3백30만원. 차후 정산될 전기료 수도료는 2백만원 내외로 추정된다. 여기다 주최측이 제공하는 텐트등 부대시설의 감가상각비와 홍보비용을 감안해도 주최측이 받는 점포대여료는 너무 비싸다고 참가자들은 주장한다.

 지난 7일일 이곳을 찾은 이모씨(42·주부)는 『싼 값에 질좋은 농수산물을 사려고 왔는데 농협에서 1백당 4백원에 파는 고추가 8백원으로 2배나 비싸 사지 않았다』며 다른 농산물들도 값이 시중가보다 10∼20%가 비쌌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인들이 유기농법 작물이어서 비싸다고 말했으나 정작 좋은 물건은 별로 눈에 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열흘간 서울 영동대교 인근에 직거래시장을 열어 1백여개 점포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단체도 같은 규모의 점포 사용료를 70만원 정도로 책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용산역광장 직거래시장등에 참여했던 어민후계자 이모씨는 『주최측이 시장형성을 빌미로 일반 상인들을 농어민후계자 위임형식으로 참여시켜 영업을 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YMCA 시민사회개발부 김종경(34)간사는 『우리나라처럼 농산물 유통과정이 복잡한 곳에서는 직거래시장이 꼭 필요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시킨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책임있는 단체에서 품질인증절차를 거친 상품을 취급토록하는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김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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