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란 병을 잘 고쳐 이름난 의사이다. 요즘은 매스컴이 발달해서 병을 잘고친다고 조금만 이름을 얻으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금방 널리 알려진다. 얼마전 신문을 보니 ○○ 대학 아무개 교수는 예약진료가 6개월이 밀려 있고 ▲▲ 대학 어느 교수의 수술을 받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명의기사가 나왔다. 어떤 환자들은 가벼운 병에 걸려도 굳이 이름난 의사와 최신식 의료장비를 찾아 6개월이나 기다려 겨우 10분간 진료에 만족한다.
그러니 명의들은 밀려드는 환자에게 시달리며 정해진 틀속에서 빨리 진단하고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의료전달 체계의 현주소이다. 대부분 가벼운 질환은 의원등 1차진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명의가 있다는 3차의료 기관에만 몰려드는 바람에 의료전달 체계의 본질마저 훼손당하고 있다.
옛 조상님들의 명의에 대한 기준은 사뭇 다르다. 신문이나 방송이 없던 시절, 병을 잘 고치는 의사들은 구전을 통해 이웃 동네로 전해진다.
환자들도 대부분 이웃 동네사람들로 구면이고 그 집의 가족 내력까지도 잘아는 처지라 명의들은 정성을 들여 치료해 준다. 의사와 환자사이에 정이 있으니 결과에 대해 양자가 모두 만족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병을 잘 고치는 의사들의 명성은 이웃에서 이웃으로 전파돼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 체계에서 3차의료 기관을 찾는 환자의 7할 정도는 1차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될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즉 이들 환자들은 고가의 최신식 의료장비나 신문지상에 회자되는 명의의 진단보다는 우리 이웃에 가까이 있는 명의의 치료를 더욱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집 부근에서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명의들이 많아 건강상담도 하고 병에 대한 안내와 소개를 받을 수 있는 사회, 더불어 살며 정을 통해 치료하고 결과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박경우·필병원 원장>박경우·필병원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