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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참변… 누구탓일까/장학만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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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참변… 누구탓일까/장학만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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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차에 딸을 잃은 김동규씨(38·서울 도봉구 쌍문1동 동익파크아파트)는 딸이 고사리손으로 장만한 아빠의 생일선물을 차마 풀지 못하고 있다. 『민선이가 보는 앞에서 선물상자를 끄르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선물을 풀면 정말로 믿기지않는 딸의 죽음을 스스로 인정하는것 같아서이다.

 국교 3년생인 김민선양(10)은 지난12일 하오 아빠의 생일선물을 사오다 서울 도봉구 수유동 횡단보도에서 서울 북부경찰서 112순찰차에 치어 숨졌다.

 민선양을 친 이경환순경(30)은 사고후 구속돼 차가운 유치장안에서 고개를 떨군채 돌이킬수없는 엄청난 실수를 비통해하고 있다. 

 이순경은 이날 112신고를 받고 출동, 80노인인 고혈압응급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후송하던 길이었다. 사고지점인 교차로에 도달했을때 차들이 막혀 도저히 진행할수 없게되자 중앙선을 넘은것이 문제였다.

 이 사건에서 딱한것은 가해자인 이순경의 잘못을 무턱대고 탓할수만은  없다는데 있다. 사고경위에서 보듯 이순경은 나름대로 경찰관으로서 적절한 임무를 수행하다 뜻밖의 참사를 냈다. 순진무구한 민선양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어쩌면 이순경도 피해자일수 있는 것이다. 

 진짜 가해자는 본인들이 의식을 하든 못하든 사고당시 현장을 지나던 모든 운전자들이다. 비상등을 켜고 절박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상황을 호소해댔을때 짐짓 외면해버렸던 그들이다. 

 「알아서 비켜가라」는 식으로 태연하게 배짱을 내밀든지 아니면 「바쁜 판에 웬 소란이냐」는 짜증섞인 표정을 짓는 것이 평소 대부분의  운전자들이다.

 멀리서 사이렌소리가 들리기만해도 물결이 갈라지듯 길을 틔워주는 외국거리의 모습을 굳이 들것도 없다. 일분 일초로 생사를 다투는 긴급차량의 진로를 막아서는 일은 그 자체가 중대한 사회적 죄악이다.

 운전자들의 일상적인 무신경이 숱한 아까운 생명을 죽이고 삶을 파괴해가고 있음을 정작 당사자들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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