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현안 협조받을것 많은데…”/“발표절차상 문제” 진의전달 고심 청와대가 3·11영수회담 후유증에 다소 곤혹스런 모습이다. 정치개혁법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여세를 몰아 여야관계를 한 차원 더 승화시켜보자고 마련한 회담의 결과가 엉뚱하게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감정이 아직 식지 않고 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인것 같다.
14일 아침 김영삼대통령을 만난 박관용비서실장은 『김대통령이 정치개혁에 동의해준 야당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데 분위기가 오히려 흐려진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더라』고 김대통령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실장은 『회담결과 발표에 약간 문제가 있었던게 사실이지만 원래 회담이야 야당대표 위상도 생각하고 여야의 발전된 대화모습을 보이기 위해 마련된것 아니냐』며 『처음부터 야당대표를 면박하고 공격하기 위해 추진된것이 아니라는 점을 야당도 알것』이라고 말했다. 박실장은 또 『선물을 주고 받거나 한번 만나면 금방 한쪽이 양보해 합의를 이루는 식의 영수회담은 과거에나 있었던것이라는게 우리 생각인데 이점에서도 약간의 인식차이가 있는것같다』고 아쉬워 했다.
이원종 정무수석도 『김대통령이 지난 12일 춘천에서 「여야 영수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정치사적 의미를 강조한것이 대통령의 진정한 뜻』이라며 『오해니까 때가 되면 풀어질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진의는 그게 아니었고 발표절차를 놓고 실무상의 문제가 있었던것 같다고 생각하는 눈치이다. 당초에는 회담후 바로 양측 대변인을 불러 함께 구술할 계획이었는데 회담이 길어져 오찬에 바로 들어가다보니 『나중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각각 발표해도 별문제가 없겠지』하고 쉽게 생각했다는것이다. 따로 발표하다보니 대화내용이나 말투등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발표문제이전에 김대통령이 회담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기택대표를 너무 「정치후배」로만 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대표가 청와대의 「일방적 발표」에도 화가 났지만 이미 회담이 끝난 후 나올 때 부터 상상이상으로 무거운 표정이었고 배석자들이 즐비한 오찬때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은것이 이를 말해준다는것이다. 청와대는 정치개혁의 실질적 실천을 위해서도 야당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지만 당장 UR비준문제가 눈앞의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도 공론화를 통해 불가 이유를 오히려 국민에게 알린다는 적극적 입장이었지만 야당이 지금같은 감정을 지속한다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청와대는 선물을 주고받는 영수회담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젠 다양한 대야대화채널을 통한 「진의 전달」이든 「위무」가 되든 뭔가 해결방도를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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