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 국제학술세미나/“일 독자 문명권 인정은 무리/타문화이해 부정요소 제거를”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이사장 김대중)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문명충돌론과 아시아와의 관계」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세미나를 갖는다. 댄 스미스 노르웨이 국제평화연구소 소장과 공성진교수(한양대)가 주제발표를 하고 원일한박사(전연세대총장 서리)와 한승조교수(고려대)등이 토론에 참가한다.
「왜 문명들은 충돌해야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는 스미스 소장은 미리 배포된 발표문을 통해 새뮤얼 헌팅턴(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이 문화와 문명을 외교 안보연구의 영역으로 끌어들인것을 평가하면서도 그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전개하고 있다.
헌팅턴이 93년 미국의 저명한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서 처음으로 제기한문명충돌론은 인류의 거대한 갈등의 주요 원인이 과거의 민족, 이데올로기등에서 문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문명을 서방문화권, 유교문화권, 일본문화권, 이슬람·힌두·슬라브 통일희랍정교권, 남미, 아프리카등으로 나누고 있는 이 이론은 이들간의 갈등이 국제적 긴장과 분쟁의 주요 요인이므로 서구로서는 같은 문명끼리 협조와 유대를 강화하면서 일본이나 회교문명들을 동화시키거나 협동해야 한다는것이다.
스미스 박사는 문명간의 충돌보다는 인종적 정체감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며 큰 차이보다도 작은 차이로 인한 갈등이 훨씬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교수는 「문명충돌론의 지성사적 함의」라는 발표를 통해 『서구와 비서구간의 인종 종교 문화일반의 차이로 긴장이 빈번해지며 이는 21세기의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여 문화충돌론을 지지하고 있다. 동시에 헌팅턴이 갈등과 충돌이라는 긴장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과학발전으로 인한 포스트 모던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토론에 나서는 한승조 교수는 헌팅턴이 일본을 독자적인 문명권으로 본것은 유교문명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것이고 더욱이 한국과 중국도 역사적 경험이 달라 동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방 중국 러시아 일본의 문명권이 서로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문화융화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때에는 국운상승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독자성, 자주성이 희석되고 주변의 변화에 계속 희생당하는 역경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건영박사(재단 책임연구원)는 헌팅턴에게 근대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보지말것을 권고한 공박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앞으로의 세계질서가 탈근대의 시대로 이어질것인지를 설명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문명충돌은 문명간의 이해수준이 극히 낮을 때나 생존이 위협을 받을 때라야 일어난다고 한다. 원일한 박사도 『헌팅턴의 문명충돌 개념이 국제화, 세계화등과도 깊이 관련되는 만큼 서로 다른 문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여 충돌로 인한 부정적 요소를 제거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최진환기자】
◎댄 스미스 국제평화 연구소장 논문요약/“헌팅턴의 역사분류·문명경계 모호/사회주의 몰락이후 허탈감 표현일뿐”
문화를 안보와 국제분쟁의 중요한 독립변수로 인정한 새뮤얼 헌팅턴의 논문 「문명의 충돌?」은 국제관계와 전략연구 분야의 제한된 시각을 확대하는데 중요하게 공헌해 왔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군주간의 충돌(∼1790년대), 국민국가간의 충돌(∼1917년 러시아 혁명), 이념간의 충돌(∼1991년), 문명간의 충돌(1991년∼)로 나누는 헌팅턴의 구분원칙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역사를 도식적으로 끼워 맞추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충돌을 야기하는 문명 사이의 경계선도 모호하고 작위적이다.
예를 들어 그의 분류법에 따라 이념간의 충돌로 구분되는 2차대전은 이념간의 충돌이라기 보다는 국민 국가간의 전쟁이었다.
헌팅턴이론의 핵심은 「문명의 차이가 충돌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이한 문명권에 속한 국가들이 종종 대립하고 반목해온것이 사실이나 이들 국가가 문명갈등을 일으키고 있는것은 아니다.
문명차이는 충돌을 촉진할뿐이다.
그는 문명의 차이가 충돌을 야기하는 이유를 여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즉 ▲문명의 차이는 근본적인것이다 ▲문명의 차이는 세계가 좁아질수록 확연하게 나타난다 ▲문화적 소속의식이 국민 국가에서 좀 더 큰 단위인 문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문화적 정체성의 이전은 제 3세계가 전근대적인 전통으로 회귀하는 경향 때문에 가속화되고 있다 ▲문화는 정치나 경제적 요소 보다 훨씬 늦게 변한다 ▲경제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등이다.
이러한 근거는 그러나 그의 이론 속에서 상호 모순되거나 현실 적합성을 잃고 있다. 문명의 차이는 근본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아니며 차이는 지식과 이해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
또 문화적 정체성은 인종주의·민족주의로 하향이동하고 있으며 「문화가 정치나 경제적 요소보다 늦게 변한다」는 다섯번째 근거는 「문화가 변하기 쉽고 조작가능하다」는 그의 문화규정과 상호모순된다.
그의 주장은 결국 사회주의 몰락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서구문명에 대한 허탈감의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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