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군사·교육·산업 등 응용 무한대 현대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첨단과학기술이 주도한다.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군사력에서 경제력까지를 포괄하는 과학기술수준으로 옮아간지 오래 전이고 선진국의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과학기술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 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본보는 이같은 첨단기술전쟁의 시대를 맞아 컴퓨터를 포함해, 생명공학 군사 의학 우주 정보·통신등 선진국 첨단과학의 수준이 어디까지 와있는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현황을 함께 점검해보는 「첨단과학의 현장」을 수시 특집으로 소개한다.【편집자주】
미국의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공상과학영화 「토탈리콜(TOTAL RECALL)」을 보면 미래인이 컴퓨터캡슐속에 들어가 마치 실제처럼 우주를 여행하고 가상의 우주에서 보고들은 것들을 현실의 체험으로 생생히 기억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온다.
당시 이같은 공상여행은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가능한것쯤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꿈에서나 품었던 상상의 세계가 컴퓨터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기법이 실용화되면서 하나둘씩 실현되고있다.
국내사무실에 앉아 미국출장중인 회사상사를 바로 옆에 모시고 원격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실제상황과 똑같이 탱크와 항공기를 조정할수도 있다. 심지어는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느낌과 같은 섹스까지 즐긴다.
「가상현실」은 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개념으로 「컴퓨터가 창조하는 인공세계에 들어가 보고 듣고 만지는 현실감을 체험하는것」으로 요약된다.
가상현실기법은 ▲인간과 컴퓨터를 상호감지하는 센서 ▲3차원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컴퓨터그래픽제어기술등 고차원의 컴퓨터기술이 필수적이다.
○「화상회의」 실용화 단계
80년대초까지만 해도 탐구대상에 머물렀던 첨단컴퓨터기술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돼 상당한 수준의 분야별응용이 가능해져 갖가지 가상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요즈음 주변에서 손쉽게 전투기와 탱크등으로 직접 적과 전투를 벌이는 각종 3차원컴퓨터게임을 즐길수 있다.
3차원게임은 그러나 가상현실의 초보단계에 불과하며 이미 일반의 상상을 넘어서 과학, 의학뿐아니라 교육, 레저, 군사, 스포츠등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미애플사는 최근 교육과 레저용으로 우주행성탐험프로그램을 개발, 3차원화면이 나타나는 투구모양의 컴퓨터기기를 쓰고 컴퓨터를 조작하면 제트엔진의 발진음과 진동을 듣고 느낄수 있고 우주와 행성 곳곳을 탐험하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토탈리콜」의 공상여행이 실현된것이다.
또 미국의 한 병원은 신체부위를 절단했을때 일어나는 현상을 3차원영상으로 보여줘 실제 수술을 하지 않고도 수술훈련효과를 볼수 있는 수술리허설시스템을 만들어냈을 뿐아니라 정신치료, 뇌수술등에도 가상현실이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탱크·항공기훈련도 가능하고 스포츠를 직접 하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화상회의도 이제는 가상현실기법을 활용해 거리에 관계없이 회의참여자가 같은 장소에 앉아 얼굴표정과 손동작까지 느끼며 대화를 나눌수 있는 「원격공존화상회의」가 일본을 중심으로 실용화단계에 이르고 있다.
가상현실분야중 「가상섹스(CYBERSEX)」도 빼놓을수 없다.
○실제처럼 보고 듣고 느껴
프랑스, 미국등에서 개발완료단계에 접어든 가상섹스는 ▲3차원영상과 생생한 현장음을 만끽할수 있는 기기를 머리에 쓰고 ▲몸의 상태를 점검, 컴퓨터로 전달하는 특수복을 입고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자극을 주는 장비를 손에 부착, 컴퓨터의 명령에 따르면 실제와 같은 행위에 몰입할수 있다.
「미래의 섹스」로까지 불리는 가상섹스를 놓고 성문란으로 인한 AIDS등의 부작용을 없앨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일부에서는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는등 찬반양론까지 일고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의 김동현박사는 『가상현실은 산업등에 응용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다』며 『선진국에 뒤져 있는 이 부문에 보다 관심을 갖고 범국가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김동영기자】
◎「가상현실」 국내 연구 현주소/2년전 시작… 「가상부엌」 등 이미 선봬/과기원·시스템공학연 중심 개발 활기
가상현실기법에 대한 국내 연구·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보다 3∼4년 늦은 92년께부터 시작된 국내 가상현실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연구소,삼성종합기술원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가상현실 연구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원은 92년 미가상현실 프로그램개발업체인 「센스 8」사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인 「WORLD TOOLKIT」을 도입,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가전제품을 가상공간에 배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 또 시스템공학연구소도 지난해말 한샘가구의 연구의뢰를 받아 「가상 주방공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컴퓨터가 창조해낸 부엌을 사용자가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 구현에 성공했다.
국내 가상현실 연구는 크게 ▲3차원 영상구현을 위한 컴퓨터그래픽(CG)과 운영 소프트웨어(저작시스템)를 개발하는 기초분야 ▲이를 바탕으로 통신·설계등 산업부문에 적용하는 응용분야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입출력장치를 개발하는 하드웨어분야등 3부문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기초분야는 가상세계를 3차원으로 표현, 제어하는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기원은 미「센스 8」사의 운영소프트웨어를 일부수정,사용하던 초보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개발에 나서 최근 기본적인 운영소프트웨어를 구성했다.
응용분야는 설계·통신등에 가상현실을 적용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시스템공학연구소는 한국캐드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가상캐드」연구를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고 과기원은 한국통신의 의뢰를 받아 원격통신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할수 있는 「가상오피스」 프로젝트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가상현실관련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종합기술원은 가상현실 전용컴퓨터와 입출력 디스플레이장치를 개발중이다.【홍덕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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