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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연적/봄의 전령… 활력을 토해내는듯(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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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연적/봄의 전령… 활력을 토해내는듯(한국의 미)

입력
199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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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은 언제나 차갑다. 눈녹은 물에 손을 담그면 진저리가 쳐지도록 찬기가 돈다. 그렇지만 차가운 물줄기에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전해진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시냇물에 몸을 적시는 개구리는 새봄 소식을 전하는 상징이다. 꽃샘 바람에 움츠릴 때도 있지만 이제 추위가 떠나간 골짜기는 개구리 차지가 된다. 산개구리는 낙엽이 겹친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다. 알은 곧 올챙이로 변하고 개구리가 되어 온 골짜기를 헤집고 다니게 될 것이다.

 조선의 유생들이 즐겨 쓰던 연적에 개구리 형상이 많다. 눈을 그려 초점을 만들고, 뒷다리를 모양내서 금세 뛸 것처럼 역동성을 덧붙였다. 이 뒷다리를 잡고 입에서 졸졸 물을 흘려 벼루에 따르면 검은 먹이 갈아진다.

 유생들은 개구리가 상서롭고 행운을 가져다 주는 존재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의 도리와 마음을 적는 먹물의 원천을 개구리 연적에 담았던 것이다.

 19세기 어느 유생의 서재를 장식했을 이 청화백자 개구리형 연적(청화백자 와형연적) 속의 물은 무슨 글씨와 그림으로 변했을까. 그것은 웅덩이를 휘젓던 개구리의 활력이 담긴 힘찬 필치였을 것이다. 높이 14.3㎝, 길이 9.5㎝, 너비 7.3㎝. 호림박물관소장.【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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