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의 「특별전형」에 4년제대학을 졸업한 학사학위소지자들이 1천명이상이나 지원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이 수월한 전문대학의 안경학과·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등은 11대1에서 최고 15대1을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첫 시행한 교육부와 전문대학당국자들도 예상밖의 호응에 크게 놀라는 표정이다. 4년제대학을 아직도 선호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대졸자취업난이 야기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성에 맞지도 않는 4년제대학에 맹목적으로 진학해서 취득한 유명무실한 학사학위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방증으로 볼만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자격증사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성큼 다가섰다는 우렁찬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마땅할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추세는 무턱대고 4년대학만을 고집했던 왜곡된 고학력풍조를 바로잡아 대학의 입시지옥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틀 수 있다. 이 얼마나 고대했던 희망적인 변화인가.
전문대학이 이제 4년제대학을 가지 못할수준의 실력이 낮은 고졸자들 만이 가는곳이 아니라는 실증은 전문대학의 「우선전형」에서도 나타났다. 고교내신5등급 이내 실력자를 뽑는 「우선전형」에 6만2천명이상이 몰려, 4년제 대학의 맹목적인 선호에 제동이 걸렸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대학졸업자의 취업률이 83%를 상회하는데 반해 대졸자의 취업이 60%안팎이고 대졸실업자가 14만명이 넘는 각박한 현실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먼저 간파하고 학벌위주 사회에서 탈피를 시도하고있다고 봐야할것이다.
따라서 교육부와 전문대학은 이런 변화추세를 놓치지말고 대학을 덜가고도 자격증만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앞당길수 있는 정책을 서둘러야 할것이다. 그러려면 전문대학이 사회가 필요로하는 다양한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교육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교육부는 4년제 대학입학정원(23만6천명)에 거의 육박하는 19만4천명의 입학정원을 배정해 기능인력 량산의 중책을 전문대학에 떠맡긴 이상, 상응하는 지원과 육성정책을 펴야한다.
또한 전문대학들은 교육내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학생과 기업들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알찬교육을 해내야한다. 기업들도 4년제대학만을 지원하지말고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과감하게 해야한다. 이렇게해서 전문대학들이 맡겨진 책임을 하게될때, 우리기업들의 만성적인 중간기능인력난도 면하게 되고, 이 사회는 비로소 자격증사회가 정착되어 고학력병도 사라지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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