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의 비극은 국제사회가 「집단적 행동」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스니아 사태의 근원적 해결이 국제사회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믿음은 이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23개월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표류하고 있는 보스니아내전을 종식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엔 단지 국가별 독자행동이 있을 뿐이다. 세르비아는 지난 91년 인접국들에 도발하면서 유고내전을 시작했다. 독립명분을 내세운 크로아티아도 세르비아에 보복을 가하면서 이 전쟁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렁으로 만드는데 공헌했다.
유고내전의 여파로 당시엔 국가도 아니었던 보스니아가 탄생했다.그러나 이 신생국의 분쟁 당사자들은 끝없는 공방으로 이제 그들의 지원세력인 세르비아나 크로아티아마저 당혹케 하는 영토확장을 위한 소모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유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해결노력을 해 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사회의 견해가 갈려 있기 때문이다. 서방 각국은 유고사태에 대한 시각의 공통분모를 찾지 못했다. 공동대처방안을 만들기 위한 협조체제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과거 두세기동안 숙명적 적대관계에 있던 강대국들의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적 영토확장욕심 때문에 지구상에는 두개의 허수아비 국제기구가 탄생했다. 1차대전 직후의 국제연맹과 2차대전이후에 탄생한 유엔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기구는 『세계 각국 정부의 대의기관으로 세계인들의 뜻을 대변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념에 근거해 탄생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념은 잘못된 것이다. 두기구 탄생을 주도한 사람들은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동의 이익을 공유할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궁극적으로 모든 세계시민들은 평화와 애타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었다. 그러나 유고사태가 증명하듯 이같은 생각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각국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경우에만 타국의 일에 끼어드는 경향이 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많지는 않다. 국제사회에 애타주의적 관행이 있긴 하지만 점차 빛깔을 잃어가고 있다. 1차대전부터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참전도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유엔이 해야할 일을 대부분 결정한다. 상임이사국 5개국중 확실한 민주국가는 미·영·불 세나라뿐이다. 이중 특히 미국은 유엔에 입김이 강하다. 미국은 실제로 옛소련의 비토권이 발동되지 않는 틈을 이용해 유엔을 마음대로 주물러왔다.지난 50년 유엔군의 한국전 참전이 그것이다. 구소련의 해체후에는 미국의 주도가 더욱 두드러졌다.이는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다국적군의 걸프전 개입에서 증명되었다. 걸프전때 다국적군과 같은 「동맹적」행동은 이에 참여하는 각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고의 경우이다.
EU 12개국들은 유고사태 해결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는데 실패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조율해내지 못했던 까닭이다. 더욱이 유고문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국제사회가 유고사태해결에 무능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유럽 각국은 「서방」(WESTERN COMMUNITY)이란 울타리아래 서구 정치문명의 가치옹호에 주력하는등 공동의 외교정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그 울타리 뒤에는 항상 미국이 존재해왔다. 이들을 좌지우지해온 것은 사실 미국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유고문제가 계속 답보상태에 있는 이유는 미국의 리더십 부재라고 볼수 있다. 미국은 현재 보스니아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구호조치외에 아무런 구체적 행동을 취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고내전을 통해 드러난 교훈중 하나는 미국이 「국제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려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대체해결세력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국제외교무대에서 유럽은 미국의 대안이 될수 없다. 유럽은 오로지 각국의 개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경우에만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려 하고 있다.<미시사평론가·la타임스신디케이트칼럼니스트>미시사평론가·la타임스신디케이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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