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PC·그린냉장고/그린화장품/그린아파트/그린소주/소비자 「무공해」「바이오」 선호따라/가전·의류·벽지 등 “안방까지 돌풍” 「그린(Green)돌풍」이 거세게 몰아친다. 「그린PC」와 「그린냉장고」에서부터 「그린소주」 「그린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요즘 웬만한 생활관련상품에 「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것이 없다. 「그린 붐」이라고 할만 하다. 같은 제품이라도 「무공해」 「환경보호」 「바이오」등의 그린기능이 있어야만 좋은 제품이라고 믿게될 만큼 소비자들의 구매태도도 「그린마인드」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변화를 발빠르게 포착, 새로운 그린제품의 개발과 광고경쟁에서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린전쟁」은 가전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TV가 피부를 관리합니다」라는 광고문구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바이오TV」를 내놓자 금성사는 곧 바로 「TV를 보면서 삼림욕을 즐깁니다」라는 광고문구를 내세운 「음이온TV」로 맞대응했다. 이에 뒤질세라 아남전자도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바이온TV」를 개발, 시판에 나섰고 대우전자도 최근 유해전자파를 제거하는 컬러TV를 내놓았다.
전자파제거와 절전효과를 내세운 그린PC시장은 그린돌풍을 타고 전체 PC시장의 60%를 점유할 만큼 급성장했다. 또 대기오염의 주범인 CFC(염화불화탄소) 대체물질을 사용한 「그린냉장고」와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방출하는 「바이오냉장고」도 개발돼 「냉장고 그린전쟁」을 벌이고 있고 세제를 전혀 쓰지않는 「무세제세탁기」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그린마인드를 사로잡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그린전쟁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주류업계와 화장품업계의 그린전쟁도 뜨겁다. 주류업체들은 천연지하수나 무공해 청정기법을 사용, 그린개념을 도입한 술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고 각 화장품업체들도 신제품에 일제히 「…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내놓고 있다. 또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침대가 나오는가 하면 원적외선이 나오도록 만든 전등과 벽지 의류제품등 그린돌풍에 편승한 각종 바이오제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린개념을 적용한 금융상품에 무공해청정형 주택과 자원절약형 주택개념을 도입한 「그린아파트」까지 속속 선보여 「그린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느낌이다.
불과 4∼5년전 김치보관용기의 등장으로 불기 시작한 그린돌풍은 재활용품과 리필제품(내용물을 다시 채워 쓸 수 있는 제품)등 각종 환경제품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선진국형과는 거리가 멀다. 환경보다는 자신의 건강에 더 관심을 보이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속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몸에 좋다」는 바이오상품들만 마구잡이로 쏟아지고 있다.
대헝가전업체들이 제품의 근본적인 기술개발에는 소홀히 한채 시류에 편승한 지엽적인 기능추가에만 매달리면서 상호비방전까지 서슴지 않아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힘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마치 원적외선이나 음이온이 만능효과가 있는것처럼 과장되는 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선진국처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광고표현은 엄격하게 규제하는등 그린제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규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김병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