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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전역서 충격적 반향/「쉰들러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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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전역서 충격적 반향/「쉰들러의 리스트」

입력
199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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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역사 고발” 반성·참회의 눈물/일부선 “유대인 이기적 목적이용” 시각도 2차대전중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과 유대인을 구출하기 위한 한 독일인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영화 「쉰들러의 리스트(명부)」가 독일전역에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일을 비롯, 유럽언론들은 「쉰들러가 독일의 영혼을 뒤흔들고 있다」 「스필버그가 독일의 고뇌를 달래고 있다」는등의 제목으로 이 영화가 주는 충격과 반응을 보도하고 있다.

 「쉰들러의 리스트」는 독일에서는 단순한 영화작품으로서가 아니라 과거사에 대한 논란과 성찰을 일깨우는 하나의 「사회적 사건」으로 파장을 던지고 있는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독일사회의 특별한 감정은 지난1일 바이체커독일대통령이 스필버그감독을 초청, 정치인들과 예술가, 유대계단체 대표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에서 특별시사회를 가졌다는 사실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대통령이 주관한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눈물과 침묵, 그리고 어색한 박수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시사회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아우슈비츠수용소 유관단체를 돕기 위해 개인당 1백마르크(60달러)정도의 성금을 냈다.

 실화이기도 한 「쉰들러의 리스트」는 통독후 처음으로 독일인들에게 원하든 원치않든 과거사를 공개적으로 들춰내는 계기가 되고있다. 특히 통독후 극우민족주의 성향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더욱 미묘한 느낌을 독일인들에게 주고있다.

 대체로 독일인들의 반응은 과거에 대한 참회와 책임, 그리고 인종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대인들이(스필버그도 유대인임) 50년이나 지난 「홀로코스트」(대학살)를 아직까지도 그들 집단의 이기적 목적에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적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독일인의 30%이상이 여전히 대학살기념관을 독일에 세우는것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많은 구동독출신들은 나치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나눠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어 독일의 총체적 책임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있다.

 이 영화는 독일인들에게는 분명히 거북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사실에 기초한 줄거리가 아니더라도 독일의 한 영화제작사가 18년간이나 구상만 하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것을 미국감독이 제작했고 실재인물 쉰들러가 74년 독일사회의 무관심 속에 쓸쓸하고 가난하게 죽음을 맞은 사실등이 독일인들의 양심을 건드리고 있다. 이제와서 「훌륭한 독일인」으로 묘사되는 쉰들러의 이야기는 어느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독일의 언론과 인텔리계층으로부터 격찬을 받고 이달초 상영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독일의 가장 권위있는 주간지인 슈피겔이 커버스토리로 다룬것을 비롯, 유력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1면 사설로 다루었다. 이 신문은 『모든 독일인 특히 젊은이들은 이 영화를 보아야 할것』이라며 『이 영화는 독일을 움직이고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이 진실이므로…』라고 썼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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