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세계조류 등 월요판 혁신에 찬사/미 개방요구는 감정앞서 객관적 분석 미흡 한국일보 월요판은 마치 외국신문의 일요판처럼 내용과 분량면에서 풍성하다. 한권의 잡지라 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의 일요판과는 아직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지난 7일부터 한국일보가 보여주는 월요판 지면혁신은 대단히 고무적이고 참신해 보인다.
예컨대 「여성저널」이라는 명칭을 없앤 것은 섭섭하지만 그 대신 「직업의 세계」를 통해 전문직 여성들을 소개하고 「생활경제」「정치현장」「세계의 조류」라는 보다 포괄적인 제목으로 독자층을 남자로까지 넓힌 것은 분명 좋은 아이디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끌었던 것은 「생활경제」란의 주택정보와 주택마련 금융상품에 대한 안내,「세계의 조류」란에 소개된 외지의 사설과 칼럼이었다. 전자는 중산층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 점에서, 후자는 교양과 안목의 확대라는 점에서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중동문제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헤브론 학살사건을 다룬 「LA타임스」나 일본의 실업문제를 파헤친 「요미우리신문」의 시의적절한 논의내용은 세계정세를 심도있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8일자 지면도 문제성있는 기사들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다.
「인기탤런트 고액출연료, 드라마 졸속제작 부른다」와 「미 개방요구」같은 기사가 바로 그 대표적이다.
전자는 인건비가 제작비를 상회할만큼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는 국내영화와 드라마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후자는 미국의 저돌적인 경제패권주의를 예리하게 지적해 주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불만스런 점도 눈에 뛰었다. 한국시장에 대한 미국의 개방요구를 비판하는 위 기사는 「차 특소세,취득세, 채권매입까지 시비」를 소제목으로 달아 지엽적인 문제까지 트집잡는 미국의 횡포를 꼬집었다. 물론 이런 미국의 꼬투리잡기식 국내시장접근이 기분 나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소제목은 너무 감정에 치우치고 편파적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왜냐하면 미국이 지적하는 국내 자동차의 특소세나 취득세,채권매입등의 문제제기가 과연 정당하고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부적절한 것인지를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설명하기보다는 두루뭉수리하게 회피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해야 한다. 공정하려면 이성적이어야하고 불편부당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때로 자기나라와 문화에 대해 비판의 독침을 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언론들은 아직까지 외부로부터의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까지 두려워하고 있다.
때로는 애국심과 국민적 정서까지도 초월해 엄정한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국내언론의 한 당면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3월의 한국일보는 전체적으로 볼 때 다양성과 짜임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읽을 거리도 예전보다는 풍부해지고 편집역시 정갈한 맛이 난다.
그러나 독자들의 요구는 언제나 신문의 변화보다 한발 앞선다. 대학입시 예상문제들로 일요판을 메우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독자들이 원하는 바를 적확하게 읽어내고 세계를 관통하는 빠르고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신문만이 언론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한국일보의 「나의 지면평」은 그것을 이룩하기 위한 조그만 몸부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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