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입지만회」 강공 택할듯/보안법·UR비준 등 격돌 예상 여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지난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법을 합의처리,모처럼 화기가 돌았던 정치권이 11일의 여야영수회담이후 급격한 냉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개혁을 위해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자던 말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현정부출범이후 1년이 된 시점에서 여야는 다시 대결국면에 서게 되는 형국을 맞았다.
사실 이번의 영수회담은 없었던 것보다도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을 안겨주었다. 김영삼대통령도, 이기택민주당대표도 모두 얻어낸 것도 없고 상대방을 설득하지도 못했다. 이대표는 회담후 『정국전반에 걸쳐 폭넓게 논의했다』고 자위했지만 모욕당했다는듯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민주당도 회담내용을 전해듣고는 『이럴수가 있느냐』고 흥분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청와대나 민자당은 『영수회담만 하면 꼭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습성을 버려야한다』고 반박 하고 있다. 결국 영수회담은 서로의 현격한 견해차이를 확인한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여야사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 버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야당은 생리상 강공의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현안에 관한한 기존의 원칙에서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이대표도 당내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해 앞장서서 대여투쟁에 나서려 할것으로 보인다.우선은 당장 국가보안법개폐를 둘러싼 공세가 예상된다. 국회법사위에서 소위를 구성,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여야의 합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김대통령이 『현시점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할수 없다』고 못박은 이상 논의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시 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가보안법개폐가 「개혁의 완성」이라고 말해온 기존의 주장을 더욱 강화할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의 모양새있는 비준문제는 더욱 암담하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정기국회이전에 임시국회를 열어 비준을 해야하는 입장이나 야당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따라주지 않을것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7,8월께 임시국회를 열어 비준문제를 처리한다는게 여당의 계획이지만 상당한 파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대표도『김대통령에게 UR비준얘기를 꺼냈더니 다수결 운운하더라』고 격돌상황을 예견했다. 여당도 다수결로 밀어붙인다는 각오를 하겠지만 민자당에 돌아갈 부담은 결코 적지않다.
때문에 민자당도 내심으로는 큰 걱정을 하고있다. 청와대에서 한 일이니 내놓고 불평을 말할수는 없지만 겨우겨우 꾸려왔던 대야관계가 한순간에 얼어붙었기 때문이다.『선물을 기대하고 간 이대표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하려면 왜 영수회담을 서둘렀는지 모르겠다』는 당내의 목소리는 은근히 청와대측의 미숙함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관계의 한랭상태가 쉽게 풀릴 전망은 없다. 우선 오만하다는 평을 듣고있는 집권당의 「야당다루기」방식이 바뀌어야만 하는데 별로 그럴것 같지가 않다. 『정국운영의 협조를 구하려면 야당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일각의 충고에 정부여당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같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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