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 북한이 특사교환에 전혀 생각이 없다는 것은 3차례의 남북실무접촉을 통해 고스란히 재확인됐다. 그동안 접촉때마다 새로운 억지조건을 제기했던 북한이 어제 6차접촉에서는 특사교환을 호도하려는 술책까지 구사한 것은 간교한 작태가 아닐수 없다. 오는 16일 7차접촉을 약속했지만 북한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전환되지않는 한 접촉결과는 빤하다. 어제 접촉에서 북한은 마치 회담을 타결짓는듯한 제스처를 썼다. 그동안 특사교환의 반대명분으로 주장했던 4개조건을 취소하는데 동의하면서도 특사교환합의는 외면한것이다. 이런 북한에 더 이상의 아량과 포용은 있을수 없다. 특사교환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로버트 갈루치미국무부차관보의 방한을 맞아 한미양국이 재확인한대로 오는 21일로 예정된 미·북한3단계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시키는 한편 팀스피리트훈련재개도 서둘겠다는 뜻을 단호하게 천명, 관철시켜야 한다.
6차접촉에서 『특사교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공동발표한 후 실무절차를 계속 논의하자』는 북한의 제의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실무절차가 합의되면 바로 특사교환을 실천하면 그만 아닌가. 이는 오직 대미 3단계회담개최에만 뜻이 있는 북한이 「원칙합의」를 발표하면, 그날부터 실천엔 등을 돌린채 「특사교환」이란 조건을 이행한듯 대외적 선전에 이용하려는 속셈인것이다.
지금 북한이 남북대화에 대해 이중적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즉 판문점에서 남측과 특사의 임무와 교환절차를 논의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특사교환이 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중앙방송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합의문에서는 동시이행조치로서 실무접촉의 재개만 언급했을뿐 특사의 실현은 지적된 것이 없다』고 딴소리를 했다.
이는 실무접촉과 특사교환을 최대한 지연시켜 미·북한협상에 남측이 간여하지 못하게 하고 앞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핵사찰결과가 어느 정도 수준급으로 판정날 경우 특사교환을 아예 묵살한채 미국과 관계개선작업을 추진하려는 구상인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김정일의 결단으로 단행했다는 NPT(핵확산금지협정)탈퇴를 선언한지 1년이 되는 어제 접촉에서 남측에 대한 양보나 합의는 결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미국과의 합의를 멋대로 어기고 특사교환을 억지이유를 들어 기피하는 북한을 더 이상 묵과할수 없다. 분단이래 그들의 대남교섭자세가 비상식·무원칙 한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 정부는 보다 단호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투정과 심술을 부리는 북한에 대해 적당한 선에서 물러서면 북핵투명성관철은 영원히 물거품이 될뿐더러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등도 휴지화될게 틀림없다.
책임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는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을 각오하고라도 더 이상 실무접촉계속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북측에 통고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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