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대야 자세에 노골적인 불만/“너무 가볍게 응했다” 이 대표에도 화살 영수회담결과를 놓고 민주당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김영삼대통령의 홀대로 제1야당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정치력이 그 정도밖에 안되느냐(조세형최고위원)는 분노와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유준상최고위원)는 자탄의 목소리도 있다.
영수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많고 김대통령의 개혁한계가 명확해진 이상 일전불사를 위해 신발끈을 고쳐매야 한다(임채정의원)는 강경론도 비등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대통령의 대야당자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기택대표는 12일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11일 회담직후 『대통령에게 야당과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애써 자위하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조세형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야당대표가 제기한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타협점을 찾아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실망을 표시했다. 그는 이대표의 방북문제에대해 김대통령이 『나라의 대표는 대통령인 나』라며 일축한것과 관련,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쓸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원기최고위원은 『어려운 시국에 대통령이 야당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식의 태도를 취해서야 되겠느냐』면서 『함께 풀어가는 정치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림채정의원은 『김대통령이 야당의 개혁요구를 더이상 듣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그같은 태도는 야당을 너무 무시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수회담결과를 놓고 민주당내에서 일고 있는 불만은 주로 김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대표의 대응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만만치 않다.
우선 너무 가볍게 영수회담에 응한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김대통령이 국가보안법문제나 UR비준문제등에 대해 밝힌 입장을 감안할 때 보다 치밀하고 신중한 접근을 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영수회담에 이어 양당 3역 및 정치협상대표를 포함한 오찬을 받아들인것도 잘못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정치개혁입법처리를 자축하고 싶어하는 김대통령에게 들러리를 선 결과가 되었다는것이다.
또 이대표가 회담에서 그같은 홀대를 받고도 강력히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하는 의견이 많다.
영수회담은 문제를 푼것이 아니라 더욱 꼬이게 했다는 지적도 이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이부영최고위원은 『원래 영수회담은 아래서 풀지 못한 현안을 위에서 해결하자는것인데 이번에는 일을 더 꼬이게 만들어버렸다』고 여야 영수들의 정치력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같은 지적들이 결국 이대표의 당내 입지와 어떻게 연결될지 주목된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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