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권한 분리 책임소재가려/군수전문인력 양성 효율높여/말썽 군사업 “투명성 높이기” 국방부의 율곡사업·군수조달업무의 거듭나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9일 율곡등 8개사업에 대한 특감결과에 이어 12일 국방제도개선 연구결과가 발표됨으로써 국방예산운영과 국방업무수행의 새 지평이 열린 것이다.
지난해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및 국정감사, 군수본부 포탄도입 사기사건등으로 군의 명예와 사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1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이 마구 쓰인다는 국민의 비판이 높아지면서 율곡·군수조달업무의 제도와 관행에 획기적인 발전이 요청되었다. 이에 따라 이병태국방장관은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해 12월 22일 율곡사업 특감지시와 함께 전문요원 31명으로 국방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개선작업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날 발표된 개선안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율곡사업의 예산편성 및 심의과정을 확대한 점이다.
지금까지 20여년동안 율곡사업은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밝히지 않은채 방위력 개선이라는 단일항으로 총액만을 예산편성하여 승인을 받아왔다. 따라서 어떤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사업결정이나 집행과정에 대한 의혹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개선안은 국가안보나 협상전략상 비밀이 필요한 사업을 뺀 모든 사업의 예산편성을 경제기획원과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합법적이고 합리적 국방예산운영의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더욱이 1조원이 넘는 대형사업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공개 추진토록함으로써 비리개입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도록 했다. 차관이 위원장이던 전력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경제기획원의 기능을 대신, 율곡사업 예산에 대한 심의는 물론 최종결정을 해왔으나 앞으로 제2차관보가 위원장을 맡아 최종 의사결정을 위한 자문기능만을 수행토록 했다.
「국방」과 「안보」를 앞세워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집행해온 관행을 국방부 스스로 고치겠다는 혁신적 조치를 한 셈이다.
또 율곡사업의 책임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국방부 합참 각군등으로 중복돼 있던 과정별 결정권한을 엄격하게 나눈 것도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된다.
소요에 대한 확정은 합참이, 획득방법·기종결정은 국방부, 협상·계약은 군수본부가 맡도록 하는등 사업에 대한 단계별 사업별 책임이 명확히 나눠졌다. 특정사업을 서로 추진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거나 골치 아픈 일은 떠넘기는 악습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선안은 필수 전문요원양성에 소홀했다는 율곡특감단의 지적을 받아들여 율곡·군수조달 분야에 근무하는 현역장교는 세부직능을 분류, 전문특기를 주고 진급선발때 우대키로 했으며 국방군수관리학교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우수인력을 이 분야에 끌어들여 집중적으로 양성해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있는 국방부 감사관실외에도 특검단을 국방감사본부로 개편하는 것은 전문감사기관으로 정예화해 방대한 국방예산의 집행을 철저하게 살펴 부정 비리를 막고 국민의 불신을 없애겠다는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이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국방예산을 쓰면서 계속 치부만 드러내면 어떻게 국민앞에 낯을 들 수 있겠는가』라며 『가슴 떨리는 두려움을 가지고 군을 운용,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자책과 개혁의지는 이번 국방제도개선 연구결과를 통해 실질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인사와 예산이 조직운영의 양대 축이라고 볼때 이장관의 첫번째 개혁조치인 예산부문의 개선이 어떤 구체적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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