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2천억 예산중 고작 15억 투자/통신구중 자동소화기 갖춘곳 “전무” 서울 종로5가 통신구화재사고는 정보화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신경망인 통신구를 화재무방비상태로 방치해둔데서 비롯된 「후진국성인재(인재)」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시설전반에 대한 방재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고가 난 통신구내의 광케이블과 동축케이블은 인화성이 강한폴리에틸렌등으로 싸여있다. 또 불이 날 경우 진화할수 있는 소방대책이 전무해 국가통신망이 사고나 계획적인 테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그대로 노출했다.
한국통신과 통신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통신구에 깔려있는 케이블은 70년까지는 불이 닿으면 녹아내리는 납성분의 연피(연피)로 표피를 처리해오다 80년대부터 폴리에틸렌(PE) 케이블을 사용해왔다.
선진국들은 84년 일본도쿄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 엄청난 피해가 나는등 폴리에틸렌케이블이 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진후 폴리에틸렌에 석면, 유리등 불에 강한 물질을 섞은 난연성(난연성)케이블로 교체해왔다.
한국통신은 뒤늦게 91년부터 신설케이블은 난연성재질로 시공하고 97년까지는 50여개소의 주요지역전화국케이블에 난연성재질을 입히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까지 난연성재질로 시공된 공동구는 총연장 2백39중 극히 일부에 불과할뿐 아니라 난연성재질을 입히는 작업도 화재시 전화국시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화국연결부분의 케이블에 국한되고 있는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통신구의 케이블은 폴리에틸렌으로만 덮여 있어 불이 나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한국통신은 예산부족 때문에 그동안 완벽한 화재대비시설은 엄두조차 내지못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한 형편이다.
한국통신은 올해 6조2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있으면서도 올 한해동안 케이블에 난연재질을 입히는데 15억원과 통신구에 방재감시시설을 시범설치하는데 7억원을 들인것이 고작이다.
지난해 난연재시공에 들어간 예산이 3억5천만원에 그쳤고 95년에도 19억원을 예정하고 있을뿐이다.
일부 정부부처보다도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국가신경망을 보호하는데 쓰인 예산은 명색뿐이었다.
한국통신 나영균전송실장은 『조그마한 통신구화재가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몰고올지 예측하지 못했다』며『이번 사고를 더 큰 통신재해를 막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통신망에 대한 방재대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시작은 작은 화재였음에도 현장에 사용가능한 소화장비가 전혀 없었고 현장 접근조차 안되는 바람에 초동진화가 불가능해 피해가 엄청나게 커졌다.
미국의 경우 통신구안에는 자동소화기(스프링클러)를 설치해놓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사고현장은 물론 국내 모든 통신구에 이같은 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통신의 통신구는 가로3.8m, 세로2.3m의 통로를 따라 일반건물에서 쓰는 개인용소화기만 설치해놓고 있어 일단 비좁은 통신구에 화재가 나면 화염과 독성연기등 때문에 접근이 힘들어 개인용소화기는 그나마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또 통신구 벽이 콘크리트로 시공돼 있고 단열재를 전혀 쓰지 않아 불이 나면 외부 열기까지 가세, 고열관로로 변해 케이블에 쉽사리 불이 옮겨 붙거나 손상을 입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인한 통신두절이 장기화되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통신사고가 재발할 경우 한 나라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만큼 국가차원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영기자】
◎손해배상 어떻게되나/한국통신 「불가항력」요인없어 책임못면해/온라인 이용자등 피해커 손배소 가능성도
10일 전국을 「통신 공황」에 몰아 넣은 통신공동구화재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문제가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유선전화와 무선전화·호출기등 이동통신망이 불통된 것을 비롯, 은행 온라인망 방송국의 지방송출망 교통관제망 연합통신의 국내통신서비스등이 전면 또는 일시 마비돼 피해규모는 엄청난 것으로 추정된다.
84년 일본 도쿄 세다가야전화국 사고의 경우 단순한 피해복구비만 10억엔에 달했던 선례로 보면 전체 피해액을 짐작할만하다.
한국통신은 사고때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배상해 주는 배상책임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아 전기통신사업법의 관련규정이 일단 기준이 된다. 이 법 66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천재지변등 불가항력적인 것이거나 이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배상 책임이 감경 또는 면제된다.
이번 사고의 경우 불가항력적 요인은 없다고 봐야 한다.따라서 한국통신은 다른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고가 났더라도 관리주체로서 일차적인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고로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 사업자는 한국통신·데이콤·한국이동통신·수도권 제2무선호출사업자들이지만 한국통신의 전송구간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한국통신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피해자의 정확한 피해정도를 산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장마철 수해등으로 통신두절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입자의 선로보수등을 무료로 해주고 전화요금등을 감면해 주는 정도의 전례밖에 없어 분명한 배상기준이 없는 형편이다.
다만 데이콤의 경우 전용회선 서비스에 3시간 이상 장애가 생기면 장애시간전체의 회선사용료를 돌려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공중전기통신법에 통신불통기간에 해당하는 회선사용 기본요금의 5배를 배상하도록 돼 있다.
일반전화 가입자들은 기본료를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그러나 온라인망등 고도정보통신 이용자들은 업무성격에 따라 피해주장액이 엄청나게 클 수 있고, 적절한 타협이 되지 않으면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찰청은 이미 10일 밤 『교통관제 케이블TV 카메라용 광케이블 26개선이 소실, 1억6천만원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액을 변상받겠다고 밝혀 보상문제의 귀추에 주목을 끌고있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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