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3·1독립운동 75주년일로 시작된 올해의 3월은 동학 1백년과 어울려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이 민족의 달에 유명인사들의 친일행각이 새롭게 폭로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몸바쳤던 선열들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어쩌다 들춰보게 된 3월의 역사자료에는 많은 애국지사들의 죽음이 기록돼 있다. 1일 민세 안재홍(1965), 3일 일송 김동삼(1937), 4일 노응규(일제때의 의병장·1907), 10일 수운 최제우(1864) 도산 안창호(1938), 13일 석오 이동녕(1940) 김마리아(1944), 14일 단재 신채호(1936), 23일 박준승(33인·1921), 25일 이갑성(33인·1981), 26일 안중근(1910), 28일 고균 김옥균(1894), 29일 전봉준(1895) 월남 이상재(1927), 31일 이상설(1917).
애국지사들이 이승을 떠난 시기는 긴 겨울을 보낸 소생의 계절이어서 무상감을 안겨준다. 그들의 병사나 옥사, 처형은 그때마다 민족의 큰 손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3월에 개혁의 달이라는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시작이 2월25일이어서 그런것일까. 지난해 3월엔 문민정부 출범후 국회의장이 사퇴하면서 개혁과 사정이 가속됐고 노태우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88년 3월에는 전경환 새마을운동중앙본부회장이 구속되면서 5공청산작업이 벌어졌다. 올해 3월에도 농협회장이 비리로 구속되고 정치개혁입법으로 정치판의 물갈이가 앞당겨져 낡은 정치인들의 도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개혁으로 정치적 사회적 수명이 다해버린 사람들은 그 의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아마도 불의의 횡액이나 재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것이다. 억울하다는 생각에서 다시 자신의 한때가 오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재기를 꾀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개혁과 변화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는 한번 흘러간 물이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것이다.
독립과 개혁의 달, 소생의 달 3월은 죽음을 생각해봄직한 시기이다. 사회의 지도층이나 공직자들,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 하는 사람들은 3월의 하늘 아래에서, 선열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죽음이 어떤 모습일까 그 의미와 값을 생각해보는것이 좋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일과 앞으로 민족과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점검하는것이 어떨까.
3월의 하늘에는 청사에 빛나는 선열들의 숨결이돈다. 그래서 3월의 하늘은 살아 있다.【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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