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재발땐 4월총선 먹구름 남아공내 흑인자치구역(홈랜드)인 보푸타츠와나에서 10일밤 흑인봉기에 의한 루카스 망고페 정권의 타도는 남아공의 민주화장정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망고페정권의 붕괴는 흑인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줬지만 흑인지배에 대한 백인들의 공포심리가 증폭돼 4월26일로 잡힌 남아공 최초의 「흑백총선」에도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수만명의 흑인들이 11일 홈랜드 수도인 마바소거리로 뛰쳐나와 총선거를 거부해온 망고페의 축출을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백인극우파세력들은 이번 폭동이 만델라의 사주라고 비난하며 4월의 총선거참가를 반대하고 나섰다.
망고페정부의 전복은 자치정부가 지난 5일 남아공사상 처음으로 백인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총선거를 거부키로 결정하자 그간 내연돼 왔던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다.
남아공에는 보푸타츠와나와 같은 흑인자치구역이 모두 10개 있다. 이들은 백인정권과는 별도의 정부와 군대,예산집행권을 갖고 있지만 마치 일본군이 세웠던 만주국처럼 백인정부의 꼭두각시노릇을 해왔다. 홈랜드는 인종차별정책이 최고조에 달했던 60년대 흑인들을 소위 독립정부란 미명하에 지역별로 묶어 분할통치하려는 백인들의 장기전략에의해 탄생됐다.
홈랜드의 흑인지도자들은 백인정부로부터 지위를 보장받는 대신 같은 동족을 철저히 탄압해 왔다. 특히 이번에 축출된 망고페의 경우 군대식 억압통치로 흑인들의 강한 반발을 사왔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망고페는 중앙집권화를 목표로 하는 ANC가 정권을 장악할 경우 자신의 기득권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 4월 총선거실시를 반대해 왔다.
흑인시위대들은 수도중심가를 완전히 장악한 채 ANC의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나 백인무장세력들이 보푸타츠와나로 속속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긴장이 감돌고 있다.
흑백분리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정당인 「자유동맹」은 이번사태를 용인할 수 없으며 ANC가 이번사태에서 손을 뗄 때까지 모든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백인프레토리아 라디오도 극우파에 홈랜드국경부근에 집결,망고페를 지원하자고 촉구했으며 신나치주의 아프리카너저항운동(AWB) 제복을 입은 2백여명의 무장병력도 마바소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델라 ANC의장은 사태의 악화를 우려,질서회복을 위해 군경을 급파할 것을 백인정권에 촉구했다. 그러나 데 클레르크대통령은『현재 상황이 군을 투입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라고 밝혀 군의 대처가 늦을 경우 군경과 흑인및 백인이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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