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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만 달린 대좌… 만난데 의의/여야 영수회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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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만 달린 대좌… 만난데 의의/여야 영수회담 의미

입력
199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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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방북 등 견해차/정치개혁 실천만 공감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 민주당대표의 11일 여야영수회담은 예정보다 30분이상 길어져 2시간 동안이나 진행됐다. 그러나 회담의 구체적 합의나 결론은 없었다고 해야 한다. 사실상 서로 평행선만 달린 현안과 의제가 더 많았다. 회담분위기나 결과는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선물론」에서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대표가 『회담에는 선물이 있어야 하는것 아니냐』고 한데 대해 김대통령은 『지난번 국회에서 혁명적인 선거법을 통과시킨것을 계기로 여야가 깨끗한 선거풍토를 정착시키기로 다짐하면 그게 서로 주고 받는 선물이 될것』이라고 응대했다. 청와대는 당초부터 전제조건이 없는 영수회담임을 강조했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경색정국을 풀고 활로를 찾기 위해 여야 영수가 회담을 갖던 모습이나 그런 관행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는것이다. 그렇다 해도 회담이 서로 주고 받는것이라 할 때 이날 회담이 이대표의 문제제기와 김대통령의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있는」반대입장 표명으로 시종한것을 새 영수회담의 패턴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것이다.

 회담에서 이대표는 예고된대로 국가보안법 폐지, 자신의 방북문제, UR재협상, 경찰중립화문제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한결같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보안법폐지주장에 대해 자신이 과거 정권에서 이 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임을 들어 『그런 내가 대통령이 됐으니 보안법이 정치탄압에 악용될 여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표의 방북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통일전선에 말려든다면서 국가와 이대표를 위해 만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민자당대표시절 모스크바 방문 때 북한의 허담이 『북한에 가자』고 초청했으나 거절한것을 지금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의 대표는 대통령으로 뽑힌 나이지 이대표가 아니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김대통령은 오히려 UR비준문제와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굳이 합의된 부분을 찾는다면 정치개혁법 실천의지를 다짐했다는 점일것이다. 주돈식 청와대대변인도 이 점을 의식한듯 공식논평을 통해 『회담의 의미는 구체적인 합의나 세세한 타협 여부에서가 아니라 혁명적인 선거법에 의한 새 정치풍토조성과 국가현안 전반에 대해 격의없는 의견을 나누었다는데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회담결과에 대해 『회담에서 이대표가 제기한 문제는 현안으로 계속 다뤄 나갈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도 일단은 당초부터 첨예한 돌출쟁점을 가지고 회담을 한게 아니므로 만났다는 데서 의미를 찾겠다는 자위인것같다. 

 민주당의 반응으로 보아 여야간에 감정적 앙금이 남을 정도는 아니라 해도 야당이 김대통령의 「국정독주」를 막으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계속되리라는것을 회담결과에서 추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대표의 당내위상이 회담에도 불구, 크게 강화되리라는 전망을 하기는 무리인것같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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