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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피복재 열에 무방비/통신대란… 문제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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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피복재 열에 무방비/통신대란… 문제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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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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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C등 불만튀면 발화/난연성재질사용·화재탐지 체계화·예비회선등 시급 10일 발생한 통신공동구 화재사건은 첨단정보사회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였다. 정보통신망의 기반 위에 존립하고 있는 현대사회기능 전체가 사소한 사고에 의해 완전 마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외국의 앞선 사례와 연구결과등을 토대로 첨단통신망의 취약점을 재진단하고 사고재발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점검해본다. (자료도움=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소)

 첨단통신 케이블은 그 기능이 민감하고 복잡한 만큼 화재등의 돌발사고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특히 이번 통신공동구의 화재에서 보듯 최첨단통신선인 광케이블은 열에 지극히 약하며 케이블의 피복재로 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 PVC등의 소재는 발화점이 불과 섭씨 4백도 이하여서 웬만한 불티쯤에도 쉽게 타버린다.

 현재 우리의 경우는 대부분 단순 절연피복재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나 내열·내화성이 보다 높은 난연성(난연성) 피복의 경우라 해도 과신은 금물이다. 케이블을 다발로 묶게 되면 발화후 서로 경합하는 성질을 띠면서 도화선처럼 타오른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결과에서 관측되고 있다.

 그룹 케이블을 매설해 놓은 통신공동구는 적절한 화재감시·소화시설·차단벽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을 경우 오히려 화재를 급속하게 확산시키는 연통역할을 하게 된다.

 이밖에 기술상 통신케이블은 지하철·전력선등 각종 지하시설물과 함께 매설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들 인접설비의 간섭을 배제하는 일도 큰 문제이다.

 통신케이블 자체가 이처럼 열에 약하기 때문에 사소한 자극이나 취급상 부주의가 쉽게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케이블화재 대부분은 돌발적인 외부자극에 의해 일어난다. 

 인접 설비에서 발생한 고열이나 화재가 케이블로 전이돼 발화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이번 통신공동구 화재의 경우도 지하철 배수펌프의 과열이 원인으로 거론되듯 이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공사중 용접 불똥이나 가스 불꽃으로 직접 점화되는 경우도 외국 사례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며 케이블에 연결된 전기 전자 기구류의 접속부분이 매끄럽지 않을 때도 저항에 따른 고열이 발생, 화재로 연결된다.

 외부건물에서 일어난 불이 건물내  케이블을 타고 역진, 간선 케이블에 인화된는 경우도 있으며 이밖에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과 파급효과를 노려 저질러지는 방화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원인이 아닌 케이블 자체의 문제로도 충분히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주로 전력케이블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모종의 원인에 의해 케이블에 단락현상이 나타나면 저항열이 발생해 화재가 나기도 하고 누전·과전류등도 위험하다. 이 경우 인접한 통신케이블에 곧바로 영향이 미치게 됨은 물론이다.

 우선 완전한 방비책은 되지 못한다해도 화재가능성을 어느 정도 줄이기 위해서는 케이블 피복을 난연성 재질로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통신은 지난해부터 케이블 교체 및 난연성 도료 도포작업에 착수했으나 막대한 비용을 고려,3∼4년간 단계적으로 할 계획인데 그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필요가 있다.

 통신공동구 벽은 내화성 자재를 사용, 외부열의 전도를 가능한 차단해야 하며 고층건물에 설정돼 있는 방화구역 도입과 화재확산을 막는 차단벽 설치등도 적극 검토해볼만한 것들이다.

 또 화재 발생후 신속한 감지와 초동진화를 위해 자동화재 탐지시스템과 소화기, 스프링클러등의 설비를 보완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케이블을 일정간격마다 불연재인 실리콘으로 감싸 발화구간 이상으로 화재가 옮아가는 것을 막도록 조치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유효한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통신망을 이중으로 건설, 한곳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동으로 다른 회선으로 교체토록 하든가 아니면 일정 복구기간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예비회선의 확보이다. 워낙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중요 특정회선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나 통신케이블 사고의 파장이 여타 재난에 비길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것이다.【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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