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하오 발생한 서울종로5가 지하통신구 화재사고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놀라움과 교훈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먼저 세계 제8위의 정보통신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하찮은 화재로 국가적 신경중추가 삽시간에 연쇄마비되는것 이상으로 뼈저리게 실감나는 공포가 또 어디 있겠는가. 불과 5백의 통신구화재가 우리 사회의 근원적 취약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던 것이다. 우리는 우선 왜 이같은 최악의 통신대란이 초래됐나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후유증의 빠른 수습에도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경위로 미뤄 이번 사태는 언제라도 터질만한 예고된 사고였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겠다. 당국이 폭발적 수요에 맞춰 전자·통신서비스장치를 양적으로 급팽창시키는 데만 빠져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안전 및 위기관리를 등한히 해왔던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화재가 난 통신구는 지난 74년 지하철 1호선과 함께 개통된것이어서 당시 우리 수준으로는 초기의 낡은 설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첨단적인 화재자동감지 및 소화장치나 광케이블의 절연화장치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던것이다. 한국통신측이 시설개선중이라고는 하나 문제의 선로는 아직 손이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안전도점검이나 비상사태 대비에도 결과적으로 소홀, 사태를 키운감이 없지 않다 하겠다.
사실 이같은 유형의 취약점은 기초를 다질 틈도 없이 너무 급하게 달려온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넓게 퍼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큰 사고가 잇따라 생긴 끝에 이번엔 땅속에서 일어날 차례라는 걱정들을 해 왔는데, 유감스럽게도 지하통신구에서 대란이 터져 나와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적중된 꼴이 되어버렸다.
미국·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과거 유사한 통신구사고가 있었음을 상기하면, 차라리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전자서비스분야의 질적 선진화 및 국가적 위기관리체계를 보다 공고히 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우선 철두철미한 사고원인조사를 통해 안보와도 직결된 국가적 신경망에 대한 허술한 관리실태를 정밀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세워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고 기초를 다지는 일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사고원인을 놓고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작태를 벌이고 있음은 매우 유감스럽다. 분명히 지적하거니와 이번 사고는 이미 예고된것과 다름없는 인재인것이다. 책임은 물론이려니와 반성 및 수습과 개선에도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가 힘을 모으는게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