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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붕총리의 두번실수/유동희 북경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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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붕총리의 두번실수/유동희 북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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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개막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부업무보고를 읽어 나가던 이붕총리는 2번 잘못 읽는 실수를 범했다. 한번은 홍콩문제에 관한 언급부분에서이다. 『홍콩의 94∼95년 선거와 관련한 중국과 영국간의 협상이 결렬된 책임은 전부 영국측에 있다』라고 읽어야 할것을 『…중국측에 있다』라고 잘못 읽은것이다. 한 서양기자는 이붕총리의 이같은 실언이 있자 기자석이 떠나갈 듯이 박장대소했다. 자신의 웃음이 「독창」임을 깨달은 서양기자는 약간 머쓱해하긴 했지만 주변의 동료기자들과 연신 킬킬거려 다소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붕총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고중 그 어떤 대목보다도 가장 큰 목소리로 홍콩문제에 관한 중국측의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홍콩에 대한 식민지 지배가 끝나가고 있으며 이는 어떠한 세력도 저지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홍콩대목을 끝마쳤을 때 대의원들로부터 가장 힘차고 가장 긴 박수를 받았다.

 이붕총리의 두번째실수는 우리와 관계된것이었다. 지난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중국과 북한(중·조)간의 우의가 계속 발전했다』라고 읽어야할것을 『중국과 한국(중·한)…』으로 잘못 읽었던것이다. 이붕총리는 곧바로 「중·조」로 고쳐 읽었다.

 그의 외교보고는 일본을 앞세웠던 지난해와는 달리 북한을 앞세워 북한 중시를 드러내려했는데 그만 북한이 서운해 할 실수를 범한것이다.

 「정치인의 실언은 실수가 아니라 본심의 정치적 표현」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붕총리의 실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것같다. 홍콩협상결렬의 책임이 중국측에 있다는것이 그의 진심이 결코 아니라 단순한 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중수교이후 공식석상에서 「한국」대신 「남조선」이란 표현이 사라지지 않는것이 못내 거슬렸던 한국기자들에게 이붕의 실수는 의미있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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