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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풍경(장명수 칼럼: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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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풍경(장명수 칼럼:1652)

입력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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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탕에 가면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늘 기분이 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지적중에는 공중도덕 뿐 아니라 자원낭비와 자연훼손에 관한 것들도 있다. 대중 목욕탕에서 고급 사우나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불평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물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머리를 감거나 이를 닦으면서 계속 물을 틀어놓고 있는데, 더운 물을 한없이 흘려보낼 때는 더욱 아까운 생각이 들어요. 자기 자녀들까지 데리고 와서 그렇게 할 때는 아이들이 배울까봐 걱정스럽지요』

 『물 뿐 아니라 타월·비누등 목욕탕에서 제공하는 물품들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우나를 하고 나와 젖은 몸을 닦으면서 타월을 다섯장, 여섯장씩 쓰는 사람들을 봤어요. 타월 한장을 세탁하는데 필요한 물과 세제, 그로 인한 오염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요』

 『최근들어 목욕탕에서 마사지하는 여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어요. 너도 나도 베이비 오일과 우유를 들고 와서 마사지를 하는데, 몸에 듬뿍 바르는 기름과 우유가 결국 하수구로 흘러나가니 얼마나 물이 오염되겠어요. 우유 한컵을 물에 버리면 그것을 정화하는데 물 1톤이 든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목욕탕 뿐 아니라 수영장에서도 베이비 오일과 우유 마사지가 성행하고 있는데, 당연히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독일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기자는 호텔에서 매일 자동적으로 타월을 바꿔주지 않고, 『세탁해야 할 타월만 바닥에 내려 놓으십시오. 타월 한장을 세탁하는데 드는 비용, 자연훼손, 복구비용은 이러이러 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써붙인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의 호텔, 목욕탕, 수영장들도 이런 안내문을 써붙일 필요가 있다.

 공동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고, 감시하는 분위기가 돼야만 사회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목욕탕에서 『물을 좀 잠그시지요』라고 충고했다가 육탄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세상이니, 개인의 정의감과 용기에 크게 의존하기는 어렵다.

 이제 목욕탕을 비롯한 모든 시설들은 자기 업소에서 벌어지는 자연파괴와 자원낭비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는 인식을 갖고, 이용자들을 계몽해야 한다. 물론 가장중요한 것은 잘못을 지적받은 사람들이 부끄러워 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평균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인데, 목욕탕 풍경이 그 나라의 교육수준과 너무 동떨어져서는 곤란하다. 오늘의 목욕탕에 우리의 민의가 있다고 생각하면 「선진국」에의 길은 까마득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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