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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기술 나프타 침공/멕시코 진출 우리기업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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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기술 나프타 침공/멕시코 진출 우리기업 실태

입력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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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0개사,티와나시중심 포진/현지자체공장·유통망 확충… 외국기업과 대접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시와 국경이 맞닿은 멕시코 최북단 티와나시의 출퇴근시간은 우리나라 포항이나 울산만큼이나 분주한 가운데 활기가 넘친다. 현대 삼성 금성 새한미디어등 한국기업과 소니 제니스 RCA등 외국 기업의 현지공장에 드나드는 멕시코 근로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티와나시는 전체가 이들 외국기업들로 하나의 거대한 공단을 형성하고 있다.이 곳을 시작으로 미국과 맞닿은 북쪽국경을 따라 수백개의 외국기업들이 곳곳에 공단을 이루며 3천1백18의 긴 산업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실로 나프타의 상징적 현장이라 할만하다. 역내의 모든 관세가 철폐되는 대신 반드시 부품의 60% 이상을 현지산으로 써야하는 원산지규정만 따르는 한 모든 나라,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한판승부를 벌여야 하는 세계경제전쟁의 현장이다.

 지난해 1월말 현재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모두 40여개사. 이중 15개 업체는 직접 투자를 했으며 나머지는 상사·지사형태로 나와 있다. 이곳 티와나에 진출해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금성 현대정공 새한미디어등 8개사이다. 대부분 쿼타제한과 반덤핑관세를 피하기 위해 2∼5년전부터 멕시코정부의 이른바「마킬라도라 프로그램」(보세가공무역)에 따라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그나마라도 나프타에 대비한 거점기지를 확보한 셈이 됐다.

 이들 업체들은 나프타 발효를 전후해 모두 현지 제조공장규모를 2∼3배씩 늘리기로 하는 한편 일부 회사들은 부품공장의 동반진출과 함께 유통만을 담당하는 현지 판매법인을 설치하는등 나프타의 높은 장벽을 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업체는 수출용 컨테이너를 현지서 제작하는 현대정공. 멕시코 현지인 종업원이 2천여명에 한국인 직원이 25명이다. 지난 90년 4천5백만달러를 투자해 진출한 이후 지난해 1억5천만달러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올해는 2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일 아침7시면 어김없이 종업원들을 운동장에 모아 놓고 구보를 시키며 조회를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사장과 간부들이 멕시코인 조장들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주며 대화를 갖는다.

 현대정공 멕시코현지공장의 박성조사장(47)은 『멕시코인들이 게으르고 나태하다지만 한국 근로자수준의 훈련이나 교육이 안돼 있을뿐 일단 한번 가르쳐 주기만 하면 잔꾀를 부리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뜻밖의 장점이 있다』며 『멕시코인 직원들을 어떻게 잘 적응시키느냐 하는것도 이곳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의 과제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88년 한국기업으로서는 이 지역에 가장 먼저 진출한 삼성전자는 컬러TV의 나프타 원산지규정을 맞추기 위해 튜너와 컬러브라운관을 제작하는 삼성전관과의 동반진출을 적극 검토중이다. 삼성은 이를위해 지난1월말 티와나 현지법인장이 직접 서울을 방문케했으며 인근에 공장부지도 물색중이다.

 삼성전자 티와나공장장 최원기씨(42)는『나프타역내에서 우리 기업들은 서로가 더이상 경쟁상대가 아닌 동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88년당시 삼성의 처녀진출은 결과적으로 적중했으며 이 경험은 다른 기업들의 현지투자결정에 도움이 될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금성사도 89년부터 이곳에 컬러TV공장을 건설하고 미국 제니스사의 주식을 인수하는등 비교적 일찍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 금성사는 지난해 12월3일 멕시코 현지 판매법인을 설치, 미국의 대규모 유통업체 진출을 견제하는 한편 조만간 공장시설을 2배이상 늘리기로 했다.

 금성사 멕시코지사의 박경선부장(43)은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제 상품의 지명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이면서도 이곳의 다국적 기업들을 상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업체도 있다. 삼성전자의 TV부품조달업체인 유림이 그곳. 

 지난 92년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부품조달을 위해 90만달러를 투자해 이곳에 진출한 유림은 40명의 현지인을 고용, 삼성뿐 아니라 소니 제니스 RCA등 외국회사들을 상대로 지난 한해 동안 5만달러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올들어서는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현재의 무려 15배가 넘는 5천여평의 부지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티와나=진성훈기자】

◎멕시코 진출의 문제점/땅값·인건비 상승… 외환시장은 낙후

 나프타로 우리기업들의 멕시코 진출이 높은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이곳의 투자여건에는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가령 마킬라도라 정책으로 공장이 밀집해 있는 국경지대는 이미 땅값이 크게 올라 일부 지역은 인접한 미국 국경지대보다 땅값이 세배나 비싸다. 그나마 티와나등 일부지역은 쓸만한 공장부지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중부지역은 아직 개발의 손이 닿지 않아 거의 헐값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도로 항만 통신등 사회간접자본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다. 그동안 멕시코정부가 도로와 항만시설의 확충에 역점을 두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멕시칼리 티와나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또한 노동력이 풍부하고 싸다고 해도 노동력의 대부분은 비숙련공으로 고용에 앞서 직업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임금수준에 있어서도 단순기능공의 급료는 아직까지는 낮으나 90년 이후 제조업의 평균임금 상승률이 10%에 달하는등 노동비용이 급격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숙련공이나 중간 관리직의 임금수준은 이미 미국수준에 비견되는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 직접투자는 증가될 것으로 보이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정착되지 않아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오랫동안 금융기관을 직접 운영해온 결과로 금융서비스가 크게 떨어지고 있고 만성적인 저축률의 부족과 높은 이자율이 현지금융 이용에 큰 어려움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는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의 차이 또한 한국기업의 멕시코 진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다는 점과 멕시코인 특유의 문화적 상황이 한국기업의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오2시부터 5시까지의 점심시간과 함께 멕시코인 특유의 무계획성과 소비지향적인 문화는 현지 한국기업들이 당면했던 공통적인 문제점이었다.【티와나=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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