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경보·소화장치 관리소홀… 재앙 불러 유례없는 통신공동구 화재는 막대한 정보유통능력이 집약된 첨단통신체제 관리의 작은 실수가 순식간에 국가의 신경조직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생생한 교훈을 안겨 주었다.
유사한 「통신 공황」사태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여러차례 발생, 우리 사회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일찍부터 예견됐었다. 다만 사회전체의 무신경이 대책없이 공황 사태를 맞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불이 난 통신공동구는 광케이블을 비롯한 각종 통신케이블이 빽빽이 들어 차 있는데다가 케이블의 외피가 종이 PVC 고무등 가연성 물질로 돼 있어 불길이 닿을 경우 순식간에 번질 수밖에 없었다.
또 밀폐된 통신공동구의 구조때문에 진화작업도 극히 어려운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통신구에는 화재경보장치는 물론 자동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측은 평소 관리에 소홀,이날 화재때 전혀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던것으로 드러났다.
또 통신공동구 외벽을 전열성이 높은 콘크리트 벽으로 시공하고 내열재를 전혀 사용치 않아 외부화재의 경우 쉽게 케이블이 열기에 녹거나 끊어질 위험이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국가의 「생명선」이라고 할 통신 케이블에는 모두 외피를 상당한 고온에도 견딜수 있는 난연성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난연성 외피가 아닌 오래된 케이블중 교체가 어려운 케이블에는 난연성 도료를 입혀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통신도 지난해부터 주요회선이 많이 통과하는 광화문·중앙·부산등의 통신케이블중 종이가 피복된 이른바 「지절연 케이블」은 PVC케이블로 교체하는 한편 난연성 도료 도포작업을 진행해 왔다. 통신공사는 이번 화재사고가 난 혜화전화국 관내의 케이블에도 1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난연 도료도포작업을 할 계획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시기를 놓친 셈이 되고 말았다.【홍희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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