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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제도도 개혁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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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제도도 개혁을(사설)

입력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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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은 형식적인 의미에선 「1회계연도의 국가수입과 지출에 관한 화폐적 적산표」이고 실질적인 의미에서는 「나라의 정치·행정·경제등 제반 활동의 예정계획표」라고 정의된다. 예산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를 차용한것은 수입·지출의 균형이 중요하다는것을 강조하기 위한것이다. 국가예산이 바로 기업이나 일반가정의 예산과 다른 점은 이 점이다. 예산의 균형을 이루려면 지출항목과 지출액수가 적절해야 하고 또한 세입면에서도 세출과 맞아 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출예산은 일단 모두 다 지출하는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산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예산집행에서 1조1천8백96억원이 사용되지 않았다는것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이것은 예산(39조5천8백여억원)의 3%에 상당하는것이다. 예산은 세입·세출 모두 앞으로 1년간의 예정계획이므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와 전쟁·천재지변등의 돌발사태에 따라 정확히 균형을 이루기는 어렵다. 사실 균형보다는 불균형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불용예산 3%는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편차의 한계를 크게 넘은것이다.

 불용예산의 「불용」내역을 보면 50%는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남은것이고 14·8%는 예산절감, 10·7%는 사업규모축소에 따른것이라 했다. 예산이 편성에서부터 크게 잘못됐다는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개혁」 「변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각 부처는 여전히 예산은 확보해놓고 보자는 구태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부처이기주의는 관료사회에서는 구조적인것이다.

 이것보다는 우리의 예산제도·체제에 일단 문제가 있다. 제도적으로 시정돼야 하는것이다. 예산의 편성에서부터 집행·감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예산의 개혁을 단행해야 할것같다. 정부와 국회 뿐 아니라 국민 자신들도 예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예산의 편성에서부터 감사에 이르기까지 엄격하고 철저하다. 예산에 관한한 심의에서 결산심사에 이르기까지 독점적인 정도의 권한을 갖고있는 의회는 바로 이 권한으로 행정부를 견제한다.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득표를 위해 지역구 사업을 나눠먹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예산에 대해 최대의 관심과 역점을 둔다. 예산편성 이전부터 사업의 타당성을 철저히 따지고 집행된 뒤에는 회계감사 뿐 아니라 사업의 효율성등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우리는 행정부가 독주한다. 국회의 예산감사도 형식적이다. 예산집행에 대한 종합감사·평가가 없다. 불용예산의 감축등 예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편성방식을 개선해야 하는것은 물론 국회의 예산심의권과 결산권이 내실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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