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국제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한데 이해만큼 오해도 많은것 같다. 세계주의의 이상아래 국제화를 지향하려는 입장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국제화의 과정속에서 사회 각 부문의 민주화의 진전과 정착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본다. 우선 국제화 논의는 지난날 개화와 척사의 대립구조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돼야 한다. 국제화는 지구촌화된 세계경제안에서 국가생존을 위한 전략적 방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국 국제화란 국가발전을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이 점에서 국가경쟁력 강화의 방향도 단순히 물량에 집착하기보다 지력을 배양하는 쪽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세계질서의 관행과 제도를 따르되 경제주권, 사회통합, 문화전통을 지킬 수 있는 「우리」중심의 국제화 전략 수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하겠다. 지난번 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정에서 내보인 정부의 무지와 무능이 다가오는 그린라운드와 테크놀로지라운드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국제화를 추진함에 있어 개구리도 뛰기 위해 움츠리듯이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체제쇄신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
작금 선진국들에서 전개되고 있는 산업구조조정이나 정치제도혁신도 실상 체제쇄신을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직도 길이 먼 민주화는 국제화의 논리에 가려져 있다. 최소한 국회는 입법과 대의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 대통령의 독주로 특징지어지는 「위임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할때 나타난다. 문민정부의 수립이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향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변동신고만 보더라도 그 신뢰성은 차치하고 외양만 있지 내실이 없다. 국회 돈봉투사건 수사에서 보았듯이 금융실명제는 구멍이 뚫렸다. 국가보안법과 노동관계법중 독소조항에 대한 개폐는 국회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인권보장을 향한 사법개혁안도 그 실행결과를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신경제의 구호아래 대기업중심의 성장정책이 부상하면서 농촌공동체의 재건, 중소기업의 육성 및 근로자의 권익증진에 적절한 배려와 관심이 미흡하다. 그나마 여야가 정치관계법을 타결함으로써 맑고 깨끗한 선거와 정치를 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최대의 수확이다.
국제화가 국민복지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목표, 범위 및 방식에 관해 민주주의에 기반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관한 정부의 면밀한 숙고와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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