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유인」보다 자발참여 유도 민자당이 정치개혁입법 통과에 맞춰 본격적인 가지치기에 나섰다. 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지구당조직을 대폭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선언했다.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있는 지구당위원장 인선에 이어 또하나의 변신 시도 이다. 그리고 이는 정치관계법통과 이후 달라지는 정치상황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민자당이 평소 관리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지방조직은 약 75만9천여명이다. 이중 최말단조직인 반책을 비롯, 읍면동의 청년·여성조직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민자당은 기존지방조직의 77·6%를 감축하는 셈이다. 현재 반책은 지구당평균 1천5백74명, 전국적으로는 37만2천9백32명에 달한다. 전체청년회원은 8만3천8백16명, 여성회원은 10만8천2백6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민자당은 조직축소방침에 따라 말단조직을 기존의 반단위에서 이·통의 관리장단위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투표구마다 두었던 지역장도 읍면동별 협의회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바꾸도록 할 계획이다.
민자당이 이처럼 적극적인 감량을 시도하고 나선 것은 당연히 선거및 정치환경의 변화때문이다. 우선 선거때 돈을 쓸 수 없다는 점이 여당의 비대한 조직을 용납하지 않고있다. 「돈맛」에 길들여진 조직은 선거때 「유인요소」가 없어질 경우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게 민자당측의 판단이다.
민자당관계자들은 그러나 단순히 정치비용의 문제때문에 조직을 감축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해석은 1차원적이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여야의 프리미엄이 모두 사라지는 새로운 정치풍토에 적응하기 위한 전면적 수술이라는 주장이다. 민자당은 앞으로 여당을 해도 당원들에게 「생기는게」없는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자연스럽게 자발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여당이 야당식의 조직을 생각하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민자당은 지방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줄 계획이다. 동시에 의무도 부과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각 읍면동협의회가 지방의회의원의 추천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점차 지구당하부조직의 의견이 공천에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주인의식」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반면 당비납부운동등 권한만큼의 의무도 강조할 예정이다.
민자당은 하의상달식의 지구당조직을 위해서는 지구당위원장이 능력과 신망을 함께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보고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물갈이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이와 함께 소모적 정치행사를 지양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구당대회 대의원수도 현행 3백∼5백명규모를 2백∼3백명규모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양은 줄이되 당내민주화의 질은 높이겠다는게 민자당의 구상이다.
민자당 조직감량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소속의원을 비롯한 지구당위원장들의 의식전환여부에 달려있다. 야당조직에 익숙한 민주계는 자신감을 표시하고있지만 자금과 조직에 의존해온 상당수 민정계인사들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의 변신은 아직 실험단계일 수 밖에 없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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