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교정협동·인성교육 효과/예산부족… 97년 전면실시에 걸림돌/“후원회 운영·공동조리등 각계 유기적 협조가 성공 관건”50대 전후의 기성세대들은 6·25전쟁후 외국에서 원조물자로 들여 온 양곡으로 만든 급식빵과 배급우유가루에 대한 추억을 누구나 간직하고 있다.
하루 세끼 연명하기에 급급했던 시절이었기에 점심을 거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구호급식을 벗어나 자립형태의 학교급식으로 모양새를 나름대로 갖춘것은 불과 20여년전이다. 학교급식은 전후 국제연합국제아동긴급구제기금(UNCEF) 미국대외봉사협회(CARE) 미국경제협조처(USAID)등의 외국원조가 중단된 73년께 일부학교에서 시작됐다. 이때는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시작하던 시절이다.
학교급식은 학생들에게 점심 한끼를 제공해준다는 차원을 넘어 교육의 한 방편이 되고 있다. 기본생활습관을 바로 세워줄뿐아니라 협동심과 인성교육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 할 만하다.
○질적수준 제자리
그러나 이처럼 바람직한 학교급식이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선진국수준을 따라가려면 요원한 실정이다.
원인은 예산부족이 가장 크지만 일부교사들의 인식결여도 한몫을 하고 있는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급식을 교육의 한 과정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한 「집단급식」 개념으로만 생각한다는것이다. 학교급식모범학교인 서울 모국교관계자는 『학교급식이 계획적인 지도와 학습을 수반하지 않은채 식품공급에만 그친다면 이는 배고픈 아동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공복을 채워주는 집단급식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먹고 마시며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는것이 아니라 균형있는 영양섭취를 통해 건전한 발육을 도울뿐 아니라 식사의 과정에서부터 음식찌꺼기처리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가 학습활동의 연장이라는것이다. 학교급식법에도 이런 취지를 반영,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관련부처의 이해부족으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데다 시·도 교육비 특별회계상의 식품비 및 운영비(시설설비유지비 인건비 등) 부담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학교급식의 확대실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1월 현재 학교급식이 실시되고 있는 학교는 전국 6천57개 국교의 36.2%인 2천1백95개교. 학생수로 따지면 전체의 21.9%만이 급식혜택을 받고 있다. 특수학교의 경우는 91년 정부에서 시설비 58억원을 특별지원, 1백6개 학교 2만9백85명에게 무상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학교급식은 도시형 도서벽지형 농촌형등으로 구분된다.
○22%학생만 혜택
도서벽지형이란 시설비 운영비 식품비(1인당 5백33원)등 학교급식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하는 형태. 농어촌형은 시설비 운영비와 식품비의 3분의1(1백78원)만을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하고 식품비 3분2(5백원)는 학부모 부담이다. 도시형은 시설비와 운영비만 교육비특별회계부담, 식품비전액(6백∼8백원)은 학부모가 부담하게 되는데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실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빈곤아동을 대상으로 자선목적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한 영국 일본의 경우는 물론 미국 스웨덴 등 사회복지에서 앞선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교의 경우 1백%가까이 학교급식을 하고 있으며 중학교와 고교(야간)에까지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늦은 83년에야 뉴욕시 아동감화원에서 처음 실시했지만 연방정부가 학교급식사업(NSLP)프로젝트를 관장, 잉여농산물을 학교급식용으로 무상공급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등 아동복지는 물론 농산물시장확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만의 경우 한국과 비슷하게 UNICEF의 식량무상배급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학교급식 5개년계획을 수립, 학교급식실시율을 6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우리의 경우 55년 보건사회부에서 문교부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체육부로 업무자체가 이관됐다가 90년에 다시 교육부로 넘어가는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어 일관성 결여로 행정력낭비는 물론 학부모와 일선교사의 냉담한 반응을 유발하고 있다.
정부는 7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기간(92∼96년)동안 시설을 연차적으로 확대, 97년부터는 학교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떻게 재원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일것이다. 교육부는 우선 올해 1천4백81개교에 대한 급식을 추가실시, 학교비율을 60·7%로 끌어올리는 한편 수혜학생수는 전체 4백11만여명중 1백60여만명까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6천3백억 필요
그러나 이에 필요한 시설·설비비 2백억원은 예산에 반영조차 되지 않아 차질이 예상된다. 96년까지의 계획기간 중 학부모부담을 제외한 시설비 3천3백30억원, 인건비 2천1백61억원, 운영비 8백58억원 등 소요예산액만도 6천3백59억원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교육비 재원으로는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 궁여지책으로 고안된 것이 학교별 「학교급식후원회」의 조직과 운영.
이후원회는 학교별로 급식지원을 원하는 학부모 법인 단체 개인등으로 구성,학교급식에 소요되는 경비일부를 부담토록한다는것이다.
교육부는 이밖에도 현재 정부양곡 방출가의 50%로 공급되고 있는 급식용 쌀 의 저가공급을 확대하고 학교 신·개축시 급식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박롱섭학교급식연구소장(66)은 『급식용 식품도 지역단위로 공동구입하면 유통과정이 줄어들어 그만큼 값이 싸지고 학교건물이 협소한 도시지역이나 급식소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의 경우 인근 몇개 학교를 연계하는 공동조리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욱 교육부학교보건계장(46)은 『학부모와 일반국민의 이해속에 학교·급식관련단체·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학교급식이 성공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농협통한 외부급식 호평/시범학교 영중국교/오곡밥등 메뉴다양… “식생활습관에 도움”
서울 영중국교(교장 구연우·64)는 가공식품과 수입농산물이 판치고 있는 요즘 전문급식시설을 갖춘 「농협급식센터」에서 우리농산물로 조리한 점심을 차량으로 주문, 학생들에게 급식하고 있다.
농협급식센터란 농협중앙회가 UR협상 타결과 농산물 개방화추세에 대응해 ▲우리쌀 지키기와 쌀소비 촉진 ▲쌀가공식품의 보급확대 ▲국민식생활 개선등을 위해 지난해 3월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세운 밥전문공장.
이 센터가 공급하는 품목은 흰밥 잡곡밥 오곡밥 김밥 도시락과 주문반찬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문적인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음식을 과학적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맛이 좋고 영양가도 많다.
영중국교가 농협급식센터를 통한 외부급식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교육부로부터 외부급식 시범학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3∼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해 호평을 받자 올해부터는 전교생에게 확대실시할 계획이다. 한끼의 가격은 1천원정도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구교장은 『농협급식센터를 통해 급식해 보니 어릴때부터 바른 식생활 습관과 실천의지를 길러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같다』며 『특히 우리농산물을 애용해야 한다는 「신토불이정신」을 심어주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UR협상타결로 외국농산물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어린이들의 입맛도 급속도로 서구화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식생할 습관도 문제입니다. 불규칙적인 식사,군것질위주의 간식, 가공식품의 과다섭취, 동물성위주의 식사등으로 각종 질병에 크게 노출돼 있습니다』
이 학교 연구주임 최익대교사(45)는 『올바른 식생활은 정신적· 신체적 발달 못지 않게 인성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농협급식센터에 의한 외부급식은 학생들에게 바른 식생활을 지도, 인간존중의 정신을 심어주는데에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중국교는 지난해 11월 3학년이상 학생과 학부모 1천1백5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실태와 농협급식센터의 학교급식 운영에 대한 실태를 정밀분석한 바있다.분석결과에 의하면 대다수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거르는데다 평소 군것질과 불량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식사예절과 위생관념이 결여돼 있었다. 학부모들은 외부급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가격보다는 질위주의 학교급식을 원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하종오·최성욱·김성호·권혁범·장학만기자(사회부) 박종우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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